은행들이 현대중공업에 수주에 필수적인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수주계약을 맺어도 선수금환급보증이 발급되지 않아 수주를 확정하지 못했는데 은행의 결정으로 앞으로 수주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됐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총대를 메고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하기로 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인도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은행들이 발주처에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인데 선수급환급보증이 발급돼야 수주가 성사된다.
현대중공업은 8월 초에 그리스 선주로부터 2천억 원 규모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했지만 한달반 가까이 선수금환금보증을 발급받지 못했다.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조선·해운업계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져)를 줄여나가면서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서로 미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이 선수금환급보증을 원활히 발급받을 수 있도록 최근까지 현대중공업에 대한 여신을 가장 많이 줄인 순서대로 발급 순번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경우 농협은행이 1순위로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해야 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계에 대한 여신의 부실로 상반기에만 3290억 원의 적자를 낸 상황이라 새로 보증을 서기 어렵다며 완강하게 버텼다.
은행들은 농협은행을 올해까지만 선수금환급보증 발급 순번에서 제외하고 내년부터 참여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농협 몫 보증은 하나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절반씩 나눠 부담하게 됐다. 다음 순번인 국민은행도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한다.
10월 중순까지 세 은행이 발급해야 하는 선수금환급보증의 규모는 1200억∼1300억 원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이 또 다른 선박을 수주할 경우 하나·수출입·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은행 가운데 조선업계 여신을 가장 많이 줄인 은행이 선수금환금보증 발급을 맡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