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가스공사가 건설하고 있는 충남 당진 LNG 기지. <한국가스공사 홍보영상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11조 원을 들여 투자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설비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미국 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29일 ‘한국의 LNG 과다 확충’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계획된 LNG 관련 설비 투자가 11조3천억 원인 것으로 추정다.
한국은 LNG를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로 가는 ‘가교(브릿지)’ 역할로 삼고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모두 적극적으로 LNG 관련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IEEFA가 지적한 LNG 설비는 LNG를 수입해 국내로 유통하기 이전 저장하는 터미널이다. LNG 터미널에는 액체 상태로 들여온 천연가스를 기체 상태로 변환하는 재기화 설비와 저장 설비가 갖춰진다.
IEEFA는 포스코그룹과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뿐 아니라 에너지 관련 사업에 큰 경험이 없었던 건설사까지 LNG 터미널 확충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향후 LNG 터미널 11개가 한국에 들어선다.
그러나 이는 과잉 투자이며 LNG 설비의 좌초자산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IEEFA는 지적한다.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란 기존엔 경제성이 있어 투자가 이뤄졌으나 환경 변화에 따라 가치가 하락하고 부채가 되어버리는 자산을 뜻한다.
보고서의 저자인 김채원 IEEFA 연구위원은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에 따른 LNG 터미널 시설 규모와 예상 LNG 수요 간의 불일치가 점점 심화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IEEFA에 따르면 2023년 현재 한국 LNG 터미널 재기화 시설의 연 평균 활용률은 29.5%이다. 그런데 LNG 터미널 증설량을 고려하면 2036년에는 연 평균 활용률이 19.8%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이 향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추가로 상향함에 따라 에너지 믹스에서 LNG 발전 비중이 더욱 줄어들면 LNG 터미널의 가동률(재기화 시설 활용률)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EEFA는 새롭게 들어설 각 터미널끼리 가까이 위치한 점, 배제할 수 없는 국제 가스가격의 상승 등 역시 한국 LNG 설비의 좌초자산 위험을 키우는 요소로 분석했다.
IEEFA에 따르면 에너지 업계에서는 기존 LNG 설비를 활용한 블루수소 생산이 이 설비의 좌초자산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수소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포집해 배출을 줄인 수소를 말한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블루수소 생산설비로의 전환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탄소중립 기여와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이런 기술과 서비스를 과도하게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LNG 설비 과잉투자 등은 한국 경제를 예측할 수 없고 변동성이 높은 화석연료 기반 경제에 더욱 구속시킬 것”이라며 “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늦춰 에너지 자립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