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위한 미국 플로리다 ‘더 빌리지’, 한국도 고령자마을 성공모델 나올까

▲ 미국 플로리다 중부지역에 위치한 은퇴자 마을 '더 빌리지'. <더빌리지홀딩스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플로리다 중부지역 섬터카운티와 매리언카운티에 걸쳐있는 ‘더 빌리지’는 은퇴자 마을로 유명하다.

22일 더 빌리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더 빌리지는 83㎢ 규모로 뉴욕 맨해튼(87.4㎢)과 비슷한 크기에 인구가 12만5천여 명이 넘는다. 그리고 주민의 70~80%가 55세 이상이다. 마을에 주택을 소유하려면 55세 이상이 돼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화창한 날씨를 배경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골프카트를 자동차처럼 타고 온 동네를 누비는 은퇴자 ‘커뮤니티’가 바로 이곳이다.

더 빌리지에는 실제 마을 전체에 50개가 넘는 골프코스와 골프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식료품 체인점들, 수십 개의 수영장과 공원, 2500개가 넘는 소셜클럽 등이 있다. 
 
노인 위한 미국 플로리다 ‘더 빌리지’, 한국도 고령자마을 성공모델 나올까

▲ 미국 플로리다의 은퇴자 마을 '더 빌리지'에는 50개가 넘는 골프코스가 조성돼 있다. <더빌리지홀딩스 홈페이지>

더 빌리지는 1990년대 초반 공식 이름을 달고 은퇴자 마을로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인구가 활발하게 유입되면서 성장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건설팅기업 RCLCO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더 빌리지 신규주택 판매건수는 4004건으로 2020년(2452건)보다 63% 급증했다. 2022년에도 더 빌리지에서는 주택 3923채가 팔렸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이 넘도록 매해 평균 2천~3천 채의 주택이 판매되고 있다.

더 빌리지는 미국 최초의 대규모 은퇴자 마을인 애리조나의 선시티를 본 따 만든 곳이다. 

미국의 사업가이자 부동산 개발자 해럴드 슈왈츠는 1970년대 초 플로리다 중부지역의 값싼 토지를 사들여 이동식 주택 소유자에게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이 신통치 않아 돌파구를 찾던 중 선시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뒤 시카고에서 광고회사 임원으로 일하던 아들 해럴드 개리 모스가 합류해 은퇴한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주택개발을 본격화했다.

주택과 함께 골프코스, 레스토랑, 수영장을 지어 전체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이를 비디오 테이프 홍보영상에 담아 퇴직 예정자들에게 우편으로 광고했다.

주택 400채에서 시작한 더 빌리지는 2010년 주민이 8만6천여 명이 됐고 지금은 13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이 거대한 도시는 고령인구를 위한 주거단지의 수요를 보여주는 한 사례로 평가된다.
 
노인 위한 미국 플로리다 ‘더 빌리지’, 한국도 고령자마을 성공모델 나올까

▲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은퇴자 마을 '더 빌리지'의 한 주택 모습. <더빌리지홀딩스 홈페이지>

토지주택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고령자를 위한 세계의 공동주택’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인구의 증가는 세계 각국의 공통이슈로 2070년에는 모든 국가가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미 2018년 65세 이상이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2070년에는 전체 인구는 30% 감소하고 고령인구는 200% 증가해 한국 인구의 절반(46.3%)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해외 각국에서는 고령인구의 주거와 생활복지를 위한 다양한 공동주택들이 공급되고 있다.

한 예로 싱가포르의 시니어타운 ‘캄풍애드미럴티’는 문화·상업·복지·의료 인프라가 풍부한 도심 안에 조성된 고령자주택 모델이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공급담당 기관인 주택개발청과 보건부, 토지교통부, 아동부, 환경청, 국립공원청 등 7개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해 2018년 준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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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도심 복합개발 시니어타운 '캄풍애드미럴티' 단지 모습. <토지주택연구원>

캄풍애드미럴티의 임대주택은 앞서 미국 플로리다 더 빌리지와 마찬가지로 55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다.

캄풍애드미럴티 안에는 당뇨전문병원, 재활의학과, 안과 등 고령자를 위한 의료시설과 1만㎡ 규모의 커뮤니티시설이 갖춰져 있다. 여기에 고령자 전용 공공주택에 입주민의 자녀들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함께 조성한 점이 특징이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외곽에 위치한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를 위한 마을 ‘호그벡’도 고령인구 의료·주거 복합단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례다.

호그벡은 1만5천㎡ 축구장 3개 크기로 의료복지 비영리기업 비비움그룹 자회사가 국가 사회보장 시스템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의료기관 심사를 거쳐 입주할 수 있다.

호그벡은 마을 형태의 호스피스 타운으로 27여 개 주택과 극장, 슈퍼마켓, 레스토랑, 공원 등 평범한 마을과 다르지 않다. 주민들의 생활모습도 마찬가지다. 

직접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다른 입주자들과 함께 악기연주나 그림그리기 등 취미활동을 한다. 

다른 점은 일상복을 입은 의사와 관리인 등 260여 명의 의료진이 함께 생활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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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7월30일 캄풍 애드미럴티의 커뮤니티 시설인 옥상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한국에서도 현재 서울시가 고품질 공공주택 공급정책의 하나로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와 강동구 고덕동에서 고령인구 복지주택 ‘골드빌리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골드빌리지는 세대공존형 공동주택으로 싱가포르 캄풍애드미럴티를 벤치마킹했다.

경북의 은퇴과학자를 위한 마을 ‘골든사이언스파크’ 사업 등 각 지자체도 시니어주택과 시니어타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의 골드빌리지 사업은 추진 초기부터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 등이 나오고 있다. 대전에서는 앞서 2019년 은퇴과학자를 위한 ‘사이언스빌리지’를 조성했지만 높은 임대료로 공실률이 높은 등 활성화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무주택 고령자를 위한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률도 고령인구 대비 0.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고령자복지주택현황에 따르면 고령자복지주택 선정호수는 6838가구, 공급호수는 3924가구다.

2023년 6월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약 949만 명에 이른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