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XR(확장현실) 기기 ‘비전프로’에 외부 올레드(OLED) 뿐만 아니라 확장현실 구현에 필요한 내부 마이크로 올레드 디스플레이도 공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중소형 올레드 때와 달리 마이크로 올레드에서는 애플 공급망에 빨리 진입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애플에 마이크로올레드 공급 가능성, 정호영 새 시장 선점 기회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애플 '비전프로'에 마이크로올레드를 공급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선된다. < LG디스플레이>


1일 중국 IT매체 IT즈자에 따르면 소니에 이어 LG디스플레이도 애플의 확장현실(XR)기기 비전프로의 마이크로 올레드 공급업체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올해 6월 공개한 비전프로에는 일본 소니가 제작한 마이크로 올레드가 탑재됐는데 LG디스플레이가 두 번째 공급업체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IT즈자는 “애플은 비용 절감과 안정적인 부품 조달을 위해 더 많은 마이크로 올레드 공급업체를 물색해왔다”며 “소니와 LG디스플레이이 이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 BOE, 시야 테크놀로지, 후판 등이 마이크로 올레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마이크로올레드를 공급한다는 보도와 관련해 부인하고 있다.

다만 관련 공급업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LG디스플레이가 애플 비전프로 마이크로 올레드 공급망 진입에 다가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시각이 많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애플 비전프로의 외부 올레드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비전프로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싼 부품은 기기 내부의 마이크로 올레드 디스플레이다.

비전프로가 3499달러(약 450만 원)라는 높은 가격이 책정된 주원인은 마이크로 올레드에 있다. 비전프로의 제조원가는 약 1519달러로 파악되는데 마이크로 올레드로 만들어진 내부 디스플레이 가격이 700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내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업체가 애플 비전프로 판매의 최대 수혜기업이 되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부터 마이크로 올레드를 시험 생산하며 애플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준비해왔고 양산을 위해 SK하이닉스, LX세미콘 등 반도체기업과도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 올레드는 일반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유리기판 대신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소재로 활용하기 때문에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 소니도 대만 TSMC와 협력해 마이크로 올레드를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애플에 마이크로올레드 공급 가능성, 정호영 새 시장 선점 기회

▲  2023년 6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된 비전프로. <연합뉴스>

LG디스플레이가 애플 비전프로에 마이크로 올레드를 공급하더라도 당장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2024년 비전프로를 정식 출시하는데 물량이 40만 대 이하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산 과정이 어렵고 헤드셋 설계의 복잡성 때문에 당초 계획을 세웠던 100만 대에서 크게 축소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애플 비전프로를 생산하는 중국 룩셰어가 2024년 생산 목표를 40만 대 이하로 조정해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비전프로 공급망에 들어간다면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구도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G디스플레이는 높은 올레드 제조 기술력을 갖추고도 중소형 올레드 양산을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최근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정호영 사장은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사업구조를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에서 올레드 패널 중심으로 전환했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향후 비전프로의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업체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오랜 디스플레이 양산 노하우와 품질관리 능력, 애플과 관계 등을 고려하면 소니보다 더 많은 마이크로 올레드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니는 현재 마이크로 올레드 생산능력이 연산 90만 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맥루머스는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소니가 마이크로 올레드 시장을 선점했을지 모르지만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해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전프로 2세대부터는 LG디스플레이가 최대 공급업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