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반값 아파트 어떨까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대를 보이는 고금리시대가 지속되면서 무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 비싼데 공공임대로 눈돌려볼까, 반값아파트와 리츠주택 관심 급등

▲ 정부가 토지임대부 주택, 내집마련 리츠주택 등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을 위한 택지 공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초3단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4일 대형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들을 둘러보면 대출금리 부담에 아파트 매수 계획을 재조정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새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민간과 공공임대부터 내 집 마련을 위한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는 한 카페에는 최근 서울 고덕강일지구에 공급한다는 ‘반값 아파트’, 토지임대부 주택 청약에 관한 의견을 묻는 글이 올라와 있다.

반값 아파트는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토지를 보유하고 그 위에 지은 아파트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을 말한다. 땅값을 빼고 건물만 분양하기 때문에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첫 반값 아파트 공급지로 점찍은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는 전용면적 59㎡ 기준 분양가가 4억 원 초반~중반대로 예상되고 있다. 대략적으로 3.3㎡ 분양가가 2천만 원 중반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 9월5일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5093만 원 수준이다.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12억7624만 원으로 나타났다.

강동구 고덕동의 ‘대장’ 아파트라는 고덕그라시움을 봐도 올해 7월과 8월 전용면적 59㎡ 매물이 12억7천만 원, 12억8천만 원에 거래됐다.

단순 가격으로 반값 아파트는 이름 그대로 절반 가격에 서울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당장 집을 매수하려는 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의 리서치 자료를 보면 2022년 2분기 기준 서울의 주택구입 부담지수는 204로 2004년 뒤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주택구입 부담지수는 중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가구소득의 약 25%를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쓰면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00으로 산출된다. 

지금의 부담지수 204는 가구소득의 절반 이상을 대출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9월30일 기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30~7.141% 수준으로 이미 금리 상단이 7%대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한 차례 이상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대출금리 8%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민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 대출 금리도 8월 정부가 금리 인하와 동결에 나섰음에도 8월 기준 4.25~4.55%에 이른다. 1년 전(2.7~3%), 2년 전(2.1~2.35%)과 비교하면 크게 올라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우선 올해 안에 고덕강일지구 850가구를 포함 서울 시내 5개 지역에서 반값 아파트 공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지난 9월22일 ‘서초 내곡지구 공공주택 사업성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이미 건물만 분양하는 공공임대 공급 준비를 끝냈다”며 “위치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꽤 많은 양을 준비했고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공공임대 정책 가운데 ‘내집마련 리츠주택’도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내집마련 리츠주택은 임대와 분양을 혼합한 민간분양 주택으로 볼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 등이 출자한 리츠 자본으로 공공지원 민간임대 택지 또는 정비사업지 등에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는 방식이다.

내집마련 리츠주택은 입주 때는 분양가의 50%만 보증금으로 선납하고 6년, 8년, 10년 동안 임대로 살다가 그 때 감정가에 따라 나머지를 내고 집을 분양받을 수 있다.

기존에도 ‘뉴스테이’ 등 리츠 사업자가 공공과 함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내집마련 리츠주택은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분양전환 때 임차인의 우선 분양권을 보장해 주거안정부분을 보완했다.  

임대기간을 기존 뉴스테이(10년)와 다르게 다양화한 점도 특징이다.

무주택자 처지에서는 내집마련 리츠주택 역시 우선 분양가의 절반 가격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안에 공공지원 민간임대 용지로 공급될 6만 여 가구 규모 택지 가운데 우수한 입지를 내집마련 리츠주택시범사업 택지로 공모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2023년 하반기에는 첫 분양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큰 그림은 이렇게 나왔지만 아직 공급 규모와 사업지 등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다만 반값 아파트와 내집마련 리츠주택 등 정부의 공공임대 정책이 정부의 목표대로 실제 최근 몇 년 폭등한 아파트값에 끊어진 '주거사다리'를 복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구심 어린 시선이 나온다.

우선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야심차게 밀어붙이는 반값 아파트는 서울에 4억~5억 원대로 집을 마련한다는 확실한 장점에도 실수요자들은 망설임이 큰 분위기다. 

부동산은 땅값인데 반값 아파트는 건물만 보유한다는 점에서 집의 재산적 가치로 자산을 형성하는 것을 꿈꾸기는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나중에 집을 팔 때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매도해야하는 등 자유로운 거래를 할 수 없다.

현재 정책적 보완 대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제도의 큰 틀은 변하기 어렵다. 또 반값 아파트에 입주하면 다달이 공공에 토지 임대료로 30만 원 수준의 비용도 들어간다.
 
한 누리꾼은 포털사이트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 반값 아파트를 두고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자동차를 사는 거랑 마찬가지다. 지금은 반값이지만 몇십년 뒤 내 집의 가치는 어떨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댓글을 달았다. 다른 이는 “집을 매수의 대상이 아닌 거주의 대상으로 보면 좋은 제도지만 전부 집에 살면서 재산가치도 높이려다 보니..”라고 덧붙였다.

정책 이름에 내집마련이라는 말을 붙여놓은 '내집마련 리츠주택'도 마찬가지다.

분양전환 때 감정가 책정 문제 등 불확실성에 부동산시장 침체상황이 공급계획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실수요자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KB부동산은 “내집마련 리츠주택을 두고 금리인상과 부동산시장 불황으로 수익을 투자자에 배당해야 하는 리츠 사업자의 대출 부담이 커져 충분한 사업 자금 마련을 할 수 있을지가 언급되고 있다”며 “분양전환 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