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카메라모듈 사업 영역을 스마트폰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넓혀 나가고 있다.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이 신규 제품에 카메라모듈 탑재 개수를 계속 늘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자율주행차용 카메라모듈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자율주행 카메라모듈 납품 잡아라, 삼성전기 LG이노텍 경쟁 치열

▲ 테슬라가 개발하고 있는 사이버트럭. <테슬라>


2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테슬라로부터 각각 5조 원, 1조 원대 카메라모듈을 수주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자동차가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LG이노텍은 9월23일 ‘테슬라 1조원 대 카메라모듈 수주’ 보도와 관련해 “관련 내용을 협의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삼성전기도 9월 초 테슬라 전기트럭 세미와 사이버트럭용 카메라모듈을 수주했다는 풍문에 “고객과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인 단계로 현 단계에서 거래규모, 금액 등 세부 사항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테슬라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테슬라 자율주행차는 최근 카메라모듈 시장의 새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카메라는 2년 전만해도 평균 2~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이 8개로 늘었고 2023년에는 12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율주행차용 카메라모듈은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으로 여겨진다.

운전석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레벨 5단계에서는 15개 이상의 카메라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평균 카메라수가 3~4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메라모듈의 주력시장이 스마트폰에서 자동차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기차·자율주행차 카메라모듈 출하량은 2021년 1억6700만 개에서 2025년 5억4천만 개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스마트폰 등 IT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높은 사양을 요구한다.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실제 화상을 촬영해 이미지 센서를 통해 디지털 정보로 변환한다는 점에서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비슷하다. 다만 전장용 카메라는 차량 탑승자의 안전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에 더 큰 카메라를 탑재하게 되고 이에 따라 카메라모듈도 더 크고 높은 기술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전장용 카메라모듈 평균판매가격(ASP)은 스마트폰용보다 5~6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전장 카메라모듈은 안전성을 중시하는 전장 부품의 특성상 내구성과 품질이 스마트폰용 대비 훨씬 높아야 한다”며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기존에 레퍼런스(사업 사례)를 구축해온 업체들 위주로 실적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자율주행 카메라모듈 납품 잡아라, 삼성전기 LG이노텍 경쟁 치열

▲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스마트폰용보다 가격이 5~6배가량 높아 부품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 제품. <삼성전기>

LG이노텍은 애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전장용 카메라모듈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LG이노텍은 2021년 기준 매출의 74.8%를 애플에서 거두고 있다. LG이노텍은 최근 몇 년 동안 아이폰의 판매 확대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이와 같은 매출 쏠림 현상은 장기적으로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LG이노텍이 아이폰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며 쌓아온 사업 노하우를 전장용 카메라모듈에도 이어갈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큰 성장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기도 삼성전자 갤럭시용 카메라모듈 납품 비중을 2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테슬라용 카메라모듈 수주는 매출원 다각화 측면에서 중요하다.

삼성전기는 LG이노텍과 비교해 카메라모듈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테슬라 수주를 시작으로 경쟁력을 높여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기는 2022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자율주행 및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고도화에 따라 카메라모듈 탑재량 증가와 함께 정밀 센싱 기술 향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LG이노텍, 삼성전기 등에게 새로운 기회가 더 많이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도 애초 미국과 중국 기업으로부터 대부분의 전장 카메라를 공급받았지만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한국 업체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기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필요한 카메라가 훨씬 늘어나 자동차 분야에서 스마트폰 이상의 카메라모듈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선 상황인 만큼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수주 경쟁은 전장용 카메라 시장에서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