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 '줍줍 시대'가 저물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미분양까지 확산하는 등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까지 분양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에 분양가를 깎고 각종 혜택을 내걸며 잔여 분양물량을 해소하려는 '할인분양'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부동산시장 한파에 '줍줍' 지나 ‘할인분양’ 시대, BMW 경품에 1억 할인도

▲ 분양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건설가와 시행사들이 미분양을 막기 위해 할인분양 등의 당근책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견본주택을 보는 모습.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침체한 분양시장을 헤쳐나가기 위해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금융혜택과 경품 증정에 더해 할인분양까지 진행하는 곳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 오피스텔 ‘미사 아넬로 스위첸’은 계약자에 한해 추첨을 통해 BMW 미니 쿠퍼를 경품으로 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경북 칠곡군의 신축 아파트 ‘칠곡 왜관 월드메르디앙웰리지’에서는 루이비통 핸드백을 주는 등 미분양을 막기 위한 경품 이벤트도 펼쳐지고 있다. 

금리 인상과 9억 원 이상 중도금 대출 규제에 자금 마련이 어려운 계약자들을 위해 금융혜택도 나왔다.

중도금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의 보증서를 받아 금융사에서 중도금을 마련해 계약자에게 연결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건설사가 한꺼번에 대출을 받아 집단대출이라고도 하는데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으면 나오지 않는다. 

이에 분양가를 9억 원 이하로 맞추고 옵션 비용을 올리는 사례도 등장했지만 최근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이 금융혜택을 따로 챙겨주려는 것이다. 시행사나 건설사가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이 아닌 자사 신용등급을 활용해 수분양자에게 대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분양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민간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29.8대 1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164.1대 1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급격히 떨어진 셈이다. 

전국으로 놓고 봐도 올 상반기 청약 경쟁률은 11.1대 1로 전년(18.4대 1)보다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분양도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29일 발표한 6월 주택통계를 살펴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7910세대로 5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456세대로 전월보다 25.1% 급증했다. 

특히 서울의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늘었던 점을 시장 참여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서울의 준공후미분양 물량은 215세대로 전월보다 178세대 늘었다.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아파트 단지조성이 끝나 즉시 입주가 가능한 곳으로 악성재고로 불린다. 주택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데 미분양 주택물량보다 더욱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이에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사실상의 할인분양 등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수요자들이 ‘줍줍’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과 아파트값 하락 등에 따라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줍줍이라고 불리는 미계약 물량은 미분양·미계약 물량이나 당첨 취소 물량이 생기면 청약가점에 상관없이 추첨 방식으로 분양이 진행된다. 한때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이제는 갑자기 옛날이야기가 됐다. 

첫 할인분양이 등장한 지역은 전국에서 부동산 경기가 가장 좋지 않은 대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지역에서 아파트 할인분양이 등장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대구 수성구 신매동에 위치한 시지라온프라이빗은 지난 3월 199세대 청약을 받았지만 2순위까지 청약접수 건수가 103건에 불과했고 실제 계약률은 더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행사는 6월 말부터 최초 분양가와 비교해 10% 할인(7천만원 상당)해 분양하고 여기에 더해 중도금 무이자 대출과 시스템에어컨 무상 시공 등의 혜택까지 내걸며 재분양에 나섰다.  
부동산시장 한파에 '줍줍' 지나 ‘할인분양’ 시대, BMW 경품에 1억 할인도

▲ 경기도 하남시 오피스텔 ‘미사 아넬로 스위첸’의 BMW 미니 경품행사 사진. <미사 아넬로 스위첸 홈페이지>

이는 비수도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에서도 할인분양이 등장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신축 아파트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분양가를 1억 원 이상 낮췄다. 전용면적 59㎡의 분양가격은 8억20만~9억2490만 원이었는데 시행사는 최근 6억9천만~7억4천만 원 수준으로 낮춰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까지 무려 10번의 무순위 청약 공고를 냈다. 청약 때는 매번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실제 계약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림스카이아파트는 지난 10일 10번 째 청약공고를 냈다. 16일 청약을 받고 19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금리 인상으로 주택구입에 관한 부담이 늘어나고 있고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의 공급을 촉진하는 정부 정책 기조로 일부 지역에 국한된 분양경기 부진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