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국민의힘 윤핵관 2차 대전, 권성동 '자백'에 장제원 '반격'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7월1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한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투톱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사이 갈등이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 '뿌리는 하나'라며 의기투합했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사이 권력다툼이 본격화된 만큼 두 사람의 관계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9급 행정관 채용과 관련해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신이 압력을 넣었다고 '자백'하면서 장제원 의원이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장 의원이 권 원내대표를 직격하고 나서면서 두 사람이 오찬회동을 통해 불화설을 잠재운 지 사흘 만에 다시 부딪치는 상황이 연출됐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권 원내대표를 향해 "말씀이 거칠다"며 "국민은 말의 내용 뿐만 아니라 태도를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해명이 옳다고 하더라도 '압력을 넣었다'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 등 거친 표현은 삼가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장 의원은 그동안 권 원내대표와 갈등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한 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라며 몸을 낮춰왔지만 이번엔 달랐다.

권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장 의원을 언급하고 인사 압력을 넣었다고 말하며 사적채용 논란에 장 의원을 끌어들이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인사를 담당했던 장 의원이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강릉시 선거관리위원의 아들 우모씨를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으로 추천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우씨 아버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강릉에 근무할 때 인연을 맺은 통신설비업체 대표로 21대 총선 5개월 뒤인 2020년 9월 강릉시 선관위원으로 위촉됐다.

권 원내대표는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우모씨와 관련해 "내가 추천했다"며 "장제원 의원에게 대통령실에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난 그래도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며 "최저임금보다 한 10만 원 정도 조금 더 받는데 강릉 촌놈이 서울에서 어떻게 살지 내가 미안하더라"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로서는 인사와 관련해 비난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사적채용 논란의 책임소재를 자신에게로 돌린 셈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장제원 의원은 논란의 당사자가 돼버린 데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권 원내대표의 해명으로 자신에게까지 역풍이 불 수도 있는 점을 지나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장 의원은 "저는 권성동 대표로부터 어떤 압력도 받은 적이 없고 추천을 받았을 뿐"이라며 사회수석실 채용 과정에서 압력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이나 권 원내대표 쪽에서는 별정직 공무원 채용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되어가고 있는 인사 문제인 만큼 장 의원으로서도 작심하고 권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긍정 평가는 33.4%, 부정 평가는 63.3%로 집계됐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 긍정평가는 3.6%포인트 하락했으며 부정평가는 6.3%포인트 상승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놓고 지지율 반등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채용 논란 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로 '인사'가 가장 많이 꼽혔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새 정부 취임 뒤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 사이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장 의원이 주도한 친윤의원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출범은 권 원내대표의 제지로 무산됐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 징계 결정 이후 당 지도체제를 놓고 장 의원이 주장한 권한대행이 아닌 권 원내대표가 제시한 직무대행 체제로 굳어지면서 장 의원이 권 원내대표에게 밀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권 원내대표가 한 걸음 물러섰다. 그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제원 의원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앞으로도 당내 의원들의 비판에 열린 마음으로 듣겠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윤핵관 내 주도권 싸움으로 여겨진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역학구도는 또다시 바뀔 수 있다.

이 부분에선 권 원내대표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인사참사'라는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상황에서 권 원내대표가 나서서 방패막이를 자처한 만큼 윤 대통령의 마음이 권 원내대표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약식 기자회견에서 사적채용 논란 질문에 "다른 말씀 없냐"며 언급을 회피한 것도 문제를 덮고가겠다는 의중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내심 권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