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들이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면서 지도부 공백을 맞았다.

당내 혼란을 최대한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8월로 예정돼 있던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르자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당내 반대세력의 견제에도 당권에 도전해 책임론을 정면으로 돌파할지 주목된다.
 
이재명 지방선거 책임론 정면 돌파할까, 민주당 당권 도전 갑론을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가운데)이 5월30일 인천 계양을 선거사무실에서 윤호중(왼쪽),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지방선거 패배에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며 이재명 의원이 당권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이재명 국회의원 당선인과 송영길 전 대표 두 분이 한 달 만에 출마한 게 결정적”이라며 “이재명 의원이 본인 욕심 때문이든 오판 때문이든 (보궐선거 출마를) 했다면 책임지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의원이 책임을 지고 당권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본다"며 동의했다.

반면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하는 의원들을 비판하며 이재명 의원이 당권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당을 개혁하고 이끌어갈 인물이 이 의원 말고 누가 있느냐”며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향해서는 “이재명 의원이 당권을 잡고 무엇을 한 것도 아닌데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하고 있다”며 “이 의원은 직접 선거에 나와 당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보궐선거에 나섰고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재명계 의원들로 이루어진 ‘7인회’ 멤버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도 ‘이재명 책임론’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친이낙연계 의원들을 향해 “이번 선거의 패배가 이재명 책임이라고? 그만들 좀 하시라”고 꼬집었다.    

두 계파 의원들이 당권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 개혁 노선에 관한 경쟁이 아니라 세력다툼으로 비춰지는 것에 우려 섞인 시각도 나온다. 

정봉주 민주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민주당이라고 하는 배를 어떻게 수리를 해서 어떻게 갈 것인가라고 하는 이런 문제보다 서로가 ‘지적질’을 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권력을 잡겠다고 하는 모습에 더 함몰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현재 민주당 상황을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이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모습을 보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재명 의원이 당권 도전을 해주면 재밌을 것 같다”며 “(이재명 의원의 당권도전이) 제가 위협적으로 느끼는 조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 인기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데 그분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내봤자 욕먹을 일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국회에 들어온 이재명 의원은 당권 도전을 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이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면 당내 갈등이 커져 지난 대선의 ‘명낙대전’(이재명이낙연) 구도가 다시 한 번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내 갈등을 무릅쓰고서라도 이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차기 대선을 노리려면 당내 세력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한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대표가 2024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지방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더라도 8월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현재 당 안팎의 민감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에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에 불참했다. 또 전날 있었던 인천 계양을 선거캠프 해단식에서 당권도전을 묻는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3시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지도부 구성과 지방선거 패배 수습책 등을 논의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