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보유한 미청구공사액의 상당수가 중동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건설사들이 저유가에 따라 재정이 악화된 중동에서 자칫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각 건설사가 보유한 미청구공사액 등 발주처로부터 아직 수령하지 못한 금액의 상당부분이 중동에서 발생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미청구금액 중동에 몰려  
▲ (왼쪽부터)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국내 대형 건설사는 16일 발표한 분기보고서에 계약금액이 지난해 매출액의 5% 이상을 차지하는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미청구공사액을 공개했다. 올해 강화된 수주산업에 대한 회계기준에 따른 것이다.

현대건설은 모두 15개 현장에서 1조5721억 원의 미청구공사액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중동 8개 현장에서 발생한 미청구공사액은 8383억 원이다. 전체 미청구공사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GS건설은 모두 20개 현장에서 8287억 원의 미청구공사액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동에서 발생한 미청구공사액은 6836억 원으로 전체 미청구공사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4%에 이른다.

삼성물산도 모두 18개 현장에서 6802억 원의 미청구공사액이 발생했다. 중동지역의 미청구공사액은 5221억 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6.8%다.

미청구공사는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으로 발주처가 건설업체의 공정률을 인정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는 항목이다.

미청구공사는 보통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매출채권보다 회수기간이 길고 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아 대금 회수에 실패할 경우 장부상 이익은 바로 손실로 전환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여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중동 국가에 국내 건설사의 미청구공사가 집중됐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특히 공사가 95% 이상 진행된 준공 단계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미청구공사는 손실로 전가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청구공사가 많다고 적자가 나는 사업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주문 제작한 기자재가 예정원가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플랜트 EPC(설계, 구매, 시공) 계약에서는 미청구공사액의 규모가 일시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발주처가 부채비율 관리나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기성청구 시점을 통제하는 경우도 있어 회사 공시 자료만으로는 부실위험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