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등 대형배터리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모바일, IT기기용 소형배터리시장에서 빠르게 지배력을 늘리며 국내 배터리업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 소형배터리에서 일본 추월

시장조사기관 B3에 따르면 모바일, IT기기 등에 쓰이는 소형배터리시장에서 지난해 중국업체들이 시장점유율 26.5%를 차지해 일본업체들의 점유율 합계 25.3%보다 앞섰다.

  삼성SDI LG화학, 중국 배터리업체 추격 따돌리기에 온힘  
▲ 조남성 삼성SDI 사장(왼쪽)과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특히 중국 배터리업체 가운데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는 ATL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ATL은 지난해에 시장점유율 11.4%를 차지해 일본의 소니(8.5%)를 넘어섰고 파나소닉(14.7%)의 입지도 위협하고 있다.

그 외에도 리셴(Lishen), 비와이디(BYD), 코스라이트(Coslight)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며 소형배터리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소형배터리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에 힘입어 배터리 기술력을 상당히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등 국가 정책을 통해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배터리,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 LG화학 등 한국 배터리업체들도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기술력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에 내놓기 시작하면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주력시장을 차례차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소형배터리 시장점유율에서 삼성SDI가 25.2%로 1위, LG화학은 17%로 2위를 유지했지만 2014년보다 각각 1.5%포인트, 2.6%포인트씩 줄어 하락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지원에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배터리 기술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며 “한국 업체들이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한발 앞선 차별화된 기술을 갖추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SDI LG화학, 대형배터리 기술개발에 집중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등 대형배터리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며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위협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배터리는 전기자동차 전기버스 등 적용처의 특성상 안전성과 집적도가 중요해 소형배터리처럼 기술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가 힘들다. 

  삼성SDI LG화학, 중국 배터리업체 추격 따돌리기에 온힘  
▲ 삼성SDI가 '2016 북미국제오토쇼'에서 공개한 배터리솔루션 제품들.
아직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이 리튬인산철 방식의 전기차 배터리에 기술이 정체돼 있다는 점도 그만큼 대형배터리의 기술 확보가 어렵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한단계 발전된 삼원계 방식의 전기차 배터리를 이미 양산하고 있는 상태다.

또 대형배터리 쪽이 용량이 크고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는 만큼 소형배터리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삼성SDI는 1회 충전으로 6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 상용화할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600km 대용량 전기차배터리에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며 “이 배터리의 상용화를 서둘러 전기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현재 320km 이상을 갈 수 있는 순수 전기차배터리 생산능력을 연간 18만 대 수준까지 끌어올려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은 320km 상용화가 가장 빨랐던 만큼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협업을 통해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