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 부재 때 한화그룹의 비상경영위원회에서 제조 부문을 책임졌던 ‘원로’다. 김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된 뒤 사실상 비상경영제체가 막을 내리고 친정체제로 돌아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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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이 15일 사의를 표명했다. |
한화그룹 관계자는 “홍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때를 고민해 왔다”며 “경영일선에 오래 있었던 만큼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번 홍기준 부회장의 대표이사 퇴진은 김승연 회장이 지난달 말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단행된 인사에서 이미 결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사에서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에서 서비스 부문을 맡고 있는 홍원기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홍 부회장은 그동안 한화그룹의 핵심인 태양광사업에 깊이 몸담았고 현재 한화케미칼이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홍 부회장의 대표이사 사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김 회장이 출소한만큼 비상경영위원회를 통한 비상경영체제를 마감하고 김 회장의 친정체제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이 미국 출국 전에 인사를 단행하고 김 회장이 출소 이후 한화케미칼의 사업구조 재편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점 등이 이런 분석을 낳게 한다.
한화그룹은 지난 4월 김연배 한화투자증권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이 제조 부문을, 홍원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이 서비스 부문을 각각 맡는 비상경영위원회를 만들어 그룹을 운영해왔다.
또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을 중심으로 태양광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홍 부회장을 일선 후퇴시킨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실장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데 태양광 사업에 깊이 관련되어 있는 홍 부회장의 존재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김 회장의 이후 김 실장으로 승계까지 고려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김 실장은 김 회장 부재 때 최금암 경영기획실장의 도움을 받아 한화그룹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온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홍 부회장이 맡은 한화케미칼이 최근 실적이 부진하고 이에 따라 전반적인 사업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이번 인사가 문책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회장은 복귀 후 첫 인사에서 '능력중심 인사'를 강조했다.
홍 부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경인에너지에 입사해 1994년 한화에너지 기획 실장, 2001년에 한화종합에너지 대표이사, 2009년 한화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정통 한화맨이다. 한화케미칼은 홍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해 매출 3조337억 원과 영업이익 4108억 원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