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일본에서 방송 출연을 거부당한 것을 놓고 세계 외신들이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 정치권에서도 일본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일본에서 ‘혐한 세력’의 표적이 됐다. 일본 방송들이 방탄소년단의 출연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TV는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하루 전날인 9일 취소했다. NHK는 연말 '홍백가합전'의 방탄소년단의 출연을 검토하다 보류했고 후지 TV도 방탄소년단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방송들은 방탄소년단 지민의 티셔츠를 문제 삼아 취소했다. 지민이 지난해 입은 티셔츠에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 원자폭탄이 터지는 모습의 흑백 사진과 함께 애국심, 역사, 해방 등의 문구가 영어로 적혀 있는 것을 지금에서야 문제 삼은 것이다.
일본 방송들이 방탄소년단의 출연을 잇따라 거부한 것을 놓고 해외 외신들도 이를 크게 보도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정치, 역사적 배경’에 주목했다.
빌보드는 9일 "두 국가 사이에는 오랜 정치적, 문화적 문제가 있고 그것이 뿌리다"라며 이번 일이 지민의 티셔츠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전했다.
빌보드는 일본의 혐한 움직임을 놓고 그 배경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와 일본군 위안부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 일본제국을 상징하는 전범기(욱일기) 문제 등을 짚었다.
미국 방송 CNN도 '원자폭탄 셔츠에 분노해 방탄소년단의 일본 공연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CNN은 "한국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유산에 특히 민감하다"며 1910년~1945년 일본의 식민지배로 수백만 명의 한국인들이 고통을 받았으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두 국가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방송 BBC도 "원자폭탄 셔츠에 한국의 독립 구호가 담겨있다"며 "일부 일본인들은 한국이 원자폭탄을 계기로 일본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일본의 원자폭탄을 축하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BBC는 이와 함께 최근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됐다면서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한 일본기업의 배상책임 판결’과 일본 정부가 이를 반박한 내용도 덧붙였다.
한국 정치권도 방탄소년단 관련해 일본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민간 교류에 자꾸 정치적 잣대를 대는 것은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본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도 "일본의 자기중심적 역사인식과 편협한 문화 상대주의에 깊은 안타까움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일본 정부가 방송 장악을 통한 ‘한류 죽이기’를 하는 것은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라"며 "멤버 한 명이 입은 티셔츠만으로 출연을 취소했다는 것은 일본의 문화적 저급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일본의 몰염치가 끝이 없다"며 "멤버 한 명이 입은 '광복 티셔츠'로 분노한 것이 출연 취소로 연결되는 것은 적반하장도 지나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 역시 "일본이 전범국가임을 세계에 홍보하는 일"이라며 "일본은 편협한 과거 감추기에서 벗어나라"고 논평했다.
일본의 혐한 논란은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영향력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0일 SNS에 "일본이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막고 극우 매체에서 이런 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CNN, BBC 등 세계적 언론이 이번 상황을 보도하면서 오히려 세계의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파악했다.
그는 "특히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한 영향력에 큰 두려움을 느꼈기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