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듀퐁과 1조 원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거액의 재무 부담을 짊어져야 할 수도 있다.

코오롱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에서 1심 판결을 파기환송시켰다. 코오롱이 파기환송심을 승소로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코오롱에 따르면 미국 법원이 14일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듀퐁과 소송에서 공동피고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9년 코오롱 주요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다. 코오롱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지분 31.9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듀퐁과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벌이고 있다. 배상금 규모만 9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1조 원에 이른다. 막대한 규모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보니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물론이고 코오롱도 신규투자가 제한을 받고 있다.

듀퐁은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듀퐁에서 퇴직한 엔지니어를 고용해 아라미드 섬유를 제조했다며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코오롱은 패소해 9억19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장과 증거를 배제했다며 재판부를 교체해 다시 재판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유리한 증거들을 추가로 제출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다만 미국 대법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제출한 재판부 기피신청은 기각했다. 대법원은 당초 1심을 맡은 로버트 페인 판사가 재판부에서 배제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로버트 페인 판사는 과거 로펌 변호사로 있으면서 듀퐁을 대리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코오롱이 공동피고로 결정된 이상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조 원의 배상금에 연대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코오롱은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배상금 변제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관련 채무는 최종적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부담하게 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유동부채 1조7천억 원을 안고 있다. 부채비율은 149% 수준인데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 92.9%는 물론이고 전체 산업 평균 부채비율 141%보다 높다.

코오롱인더스티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90억 원에 불과해 유동성이 부족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올해 실적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1조 원의 재무부담을 짊어질 경우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지주사가 1조 원에 대한 책임을 떠안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지주사 코오롱 역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400억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경우 주주들이 이웅열 회장 등 경영진에 배임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재판에서 승소하는 것이다. 승소하면 배상책임을 안을 일도 없어지고 연 700억~800억 원에 불과한 아라미드사업도 더욱 성장해 코오롱인더 실적을 늘릴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세계 아라미드 섬유시장 점유율은 8.3%에 불과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