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새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부사장은 정몽준 현대로보틱스 최대주주의 장남인데 사장단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전면에서 후계자로서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권오갑 신임 현대중공업지주(가칭) 대표이사 부회장.


현대중공업그룹은 14일 사장단인사를 통해 권오갑 부회장을 현대중공업지주(가칭) 단독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가 주주총회를 거쳐 회사이름을 변경할 것을 가정해 임시로 붙인 이름이다.

권 부회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의 대표이사로서 그룹을 이끌게 되는 셈이다.

권 부회장은 여러 해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중공업에서 흑자기조를 이어간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권 부회장이 지주사 대표로서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그룹차원의 재무·사업구조 재편과 대외활동 등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지난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올해 회장에서도 내려왔다. 앞으로 권 부회장이 현대중공업의 얼굴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권 부회장이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에 오른 점을 놓고 정기선 부사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권 부회장은 정몽준 현대로보틱스 최대주주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2000년 현대중공업 상무에 오른 뒤 현대중공업 사장, 부회장으로 잇달아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권 부회장은 2010년에 현대오일뱅크로 자리를 옮겨 4년 동안 현대오일뱅크 수장을 맡기도 했지만 2014년 현대중공업에 복귀해 인력감원과 사업부 분사 등 현대중공업의 체질개선을 주도했다.

권 부회장이 앞으로 현대중공업그룹에 정기선 부사장 체제를 안정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기선 부사장은 이번에 2016년 말 분사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맡아 후계자로서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선다.

▲ 정기선 신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정 부사장은 안광헌 대표이사와 합을 맞춰 선박영업부문장 및 기획실부실장으로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이끌게 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로보틱스의 100% 자회사인데 선박을 인도한 뒤 폐선될 때까지 정비·수리·개조서비스를 제공하고 엔진 등 부품을 공급하며 발전소용기자재 부품조달, 기술지원 관리 등 선박과 관련한 서비스 대부분을 제공한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부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바흐리와 스마트십 공동개발 등을 주도하며 대외적으로 선박영업활동에 주력했는데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선박영업 관련 경영행보를 한층 더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본업이 선박사업에 있는 만큼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역량을 강화해 그룹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게 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정 부사장은 1982년 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크레디트스위스(CS) 인턴사원과 동아일보 인턴기자를 거쳐 2009년 1월 현대중공업에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그는 2013년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현대중공업에 복귀해 본격적으로 경영승계 과정을 밟았다.

정 부사장은 2015년 33세의 나이로 현대중공업 사상 최연소 전무로 승진하면서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을 맡아 현대중공업 핵심부서를 모두 총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