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의 현대중공업 임원 물갈이 작전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조선3사임원 전원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하는 등 인적 물갈이를 포함한 경영혁신에 착수했다.

권 사장은 창사 이후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새판짜기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12일 오전 긴급 본부장회의를 소집해 260여 전 임원의 사직서 제출 등의 내용이 담은 개혁안을 설명했다.

권 사장은 애초 임단협을 마치고 경영개선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노조와 합의가 쉽지 않다고 보고 개혁안을 먼저 내놓고 정면돌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처는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에서 현대중공업으로 옮겨 경영진단을 벌인지 한달 만에 내놓은 것이다. 권 사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에게 전권을 위임받아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사장은 전체 임원이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면 새로운 조직에 필요한 임원은 재신임을 통해 중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권 사장은 “능력있는 부장급 인사를 발탁해 회사를 젊고 역동적으로 변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 사장은 이를 위해 11월 하순에 이뤄지던 임원 정기인사를 앞당겨 10월 안에 실시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번 조치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도 포함된다.

권 사장이 전체 임원들의 사표제출을 요구한 것은 올해 2분기 1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보는 등 현대중공업이 사상 최대 적자에 빠져있는 데 대해 문책성 인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 사장은 지난달 16일 취임사에서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무사안일과 상황논리만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분명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권오갑 사장은 이날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강력한 개혁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회사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과 국내외 고객, 주주들을 생각해 분명한 개혁 청사진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중공업 안팎에서 현대중공업그룹 임원이 전면 물갈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3 계열사의 임원 숫자는 260여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최소한 3분의 1 정도는 물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 사장은 임원들의 사표제출을 요구하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예고했다. 권 사장은 앞으로 지원조직을 줄이고 생산과 영업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젊은 직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소통 노력도 벌여 사장 직속으로 제도개선팀을 신설했다”며 “앞으로 사장이 직접 사원과 토론해 제도를 고칠 것들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또 앞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을 정리하고 해외법인도 줄이는 등 사업구조 개편도 강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계열사 수는 2014년 상반기 기준으로 26개다. 2009년보다 13개 늘었다. 그러나 친환경 에너지사업 등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모든 사업을 놓고 원점에서 재검토해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모두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위해 생산현장의 혁신작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공정개선혁신팀이 가동돼 전 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효율성을 점검하고 있다.

권 사장은 취임 이후 현대오일뱅크 임원들을 중심으로 ‘경영분석특별팀’을 구성해 경영진단을 해왔다. 이 팀은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있을 때 호흡을 맞췄던 조영철 전무(경영지원본부장)와 금석호 상무(인사지원부문장), 송명준 상무(기획부문장) 등이 주축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우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