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금융권을 덮친 AI 해킹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기관의 보안 위협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AI가 보안 취약점을 넘어 기존의 암호화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픽 챗GPT 제작>
인공지능이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등을 보호하는 암호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양자컴퓨터 기술에 이어 인공지능의 발전도 현행 보안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특히 전 세계 금융기관들의 정보보안 체계가 뚫리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금융기관들은 소비자의 자산과 거래 내역, 개인정보 등을 보호하기 위해 복잡한 수학적 연산을 기초로 하는 암호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러한 암호를 해독하려면 막대한 컴퓨터 연산 능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반으로 현행 보안체계가 구축되어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복잡한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암호화 기술도 이른 시일에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호주 수학자 조디 윌리엄슨은 이와 관련해 “현대의 암호 체계는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 충격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양자컴퓨터 기술의 발전이 암호체계를 뚫을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지목되어 왔는데 인공지능이 이보다 더 시급한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덧붙였다.
인공지능이 아직 현재 널리 사용되는 핵심 암호 기술을 무력화한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AI 기반의 해킹 도구가 보안 취약점을 악용하는 사례는 빠르게 늘고 있다.
10월 초부터 한국 금융권을 덮친 해킹 사태가 대표적이다.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와 가상자산 업체 등에서 모두 외부 공격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보고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한국 금융기관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에 중국의 인공지능 도구가 활용된 정황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한국 금융권 해킹은 AI가 기존 보안체계의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내 공격한 사례로 암호화 기술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실제 해킹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해킹 관련 그래픽 이미지. <연합뉴스>
전 세계 주요국의 금융당국은 AI 기반의 해킹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대형 금융기관 50곳을 대상으로 AI와 양자컴퓨터 등 새로운 기술 위협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감독 도구를 시범 운영한다.
FCA는 "기업들이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며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 기술 발전에 맞춰 현재의 보안 수준을 파악하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전했다.
미국과 유럽 금융당국도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이 실제 금융시장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권을 대상으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는 복수의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감독청, 연방예금보험공사 등이 금융기관의 인공지능 위험 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이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금융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해 은행들의 대응 체계를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의 한 대형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6개월 안에 은행과 금융시장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일본은행도 10월23일 발표한 금융시스템 보고서에서 AI를 악용한 사이버 공격이 개별 금융기관을 넘어 금융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은 "사이버 사고는 개별 금융기관과 고객뿐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시건전성 측면에서도 중대한 위험"이라고 평가했다.
인공지능 해킹 피해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이에 맞설 보안 기술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연구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기존의 암호 기술을 차세대 양자내성암호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양자컴퓨터로도 풀기 어려운 수학적 난제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양자컴퓨터의 공격에 대비해 설계한 새 암호체계마저 일부는 인공지능 기술에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대니얼 슈 맨체스터대학교 암호수학 교수의 말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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