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하림산업의 부동산개발과 식품사업 경영을 분리한다.

두 사업을 별도 법인에 나눠 맡겨 서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의 실행력을 높이고 식품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이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의 본격 추진을 앞두고 하림산업을 인적분할한다. <하림지주>


27일 하림지주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26일 이사회에서 식품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하림식품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존속법인 하림산업은 부동산개발을 전담하고 신설법인 하림식품은 식품 제조·가공과 식자재 유통, 식품 물류사업을 맡는다. 분할기일은 12월1일로 예정됐다.

기존 하림산업은 한 법인 안에서 양재동 부동산개발과 더미식·푸디버디 등 식품사업을 함께 운영해 왔다. 이번 분할은 두 사업을 하림지주 아래 나란히 두는 자회사 구조로 재편하는 것이다.

두 사업을 별도 법인에 맡기면 각각의 투자계획과 자금 수요에 맞춰 경영자원을 배분하고 성과와 책임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림지주도 분할 공시에서 사업별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계획과 자금 수요에 따른 효율적 자원 배분을 도모하겠다는 목적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존속법인 하림산업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장기간 지연된 양재 개발사업의 진척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물류시설과 업무·상업·주거시설 등을 함께 조성하는 복합개발사업이다. 기존 계획 기준 총사업비는 약 6조8천억 원이다.

하림산업은 애초 올해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했으나 인허가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올해 3월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 재심 결정을 받았으며 7월 재심에서도 도시경관·건축·교통·방재 등 9개 분야에서 보완 요구 50여 건이 나왔다.

개발 전담법인 체제는 이러한 인허가 대응과 사업비·자금조달계획 수립에 경영 역량을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은 하림그룹 차원에서 식품 생산과 유통을 연결할 중장기 물류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하림지주는 양재 개발을 식품 온라인 유통과 스마트그린물류·복합유통사업에 연계한다는 계획을 제시해 왔다.

김 회장이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추진함에 따라 생산시설과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물류·유통 역량도 확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설되는 하림식품의 과제는 수익성 확보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식품부문의 별도기준 매출원가는 약 1516억 원으로 매출 약 1064억 원을 뛰어넘었다. 판매비와관리비를 반영하기 전부터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하림산업 식품부문은 2024년에도 매출원가율 약 148%를 기록하며 매출총손실을 냈다.

하림지주는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 하림산업 식품부문이 신규 공장 건설에 따른 초기 투입 비용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판매채널 다변화와 생산원가 경쟁력 확보를 향후 방향으로 제시했다.

하림산업은 전북 익산 퍼스트키친의 라면 생산라인 증설에 2024년부터 약 403억 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투자 종료 예정일은 올해 11월30일이다.

▲ 하림산업 인적분할로 존속법인 하림산업은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사진은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감도. <하림산업>


이에 따라 하림식품은 식품사업의 운영계획에 맞춰 제품별 판매 성과와 생산시설 가동률, 마케팅·물류비 등을 관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분할로 기존 부채 대부분은 양재 부지를 보유한 하림산업에 남게 된다. 개발사업을 맡는 법인에 재무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인 만큼 기존 부채 관리와 향후 개발자금 조달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하림산업에는 자산 1조8281억 원과 부채 1조3813억 원, 자기자본 4468억 원이 배분된다. 하림식품에는 자산 5793억 원과 부채 590억 원, 자기자본 5203억 원이 배분된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하림산업이 약 309.2%, 하림식품이 약 11.3%다. 사업별 보유 자산에 관련 부채를 대응시켜 배분한 결과라고 하림지주는 설명했다.

분할 이후 하림산업 경영은 기존 김기만 대표이사가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김홍국 회장의 큰형으로 과거 공동대표 체제에서 부동산개발을 전담했다. 2024년 식품사업을 맡았던 민동기 공동대표의 사임으로 김 대표가 단독대표로서 경영 전반을 총괄해 왔다.

이에 따라 김 대표가 존속법인 하림산업을 계속 이끌고 신설 하림식품에는 별도 대표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양재동 사업의 본격 추진을 앞두고 정비한 것”이라며 “경영진은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