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형지그룹의 오너 2세 최준호·최혜원 남매가 이끄는 상장 계열사 3곳의 기업가치 후퇴 위기를 수습할 기회를 갖게 됐다. 한국거래소가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상장폐지 후속 절차를 보류하면서다.

다만 내년에는 상장유지 요건이 더 강화되는 만큼 두 남매가 남은 시간 각 기업의 기업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는 여전히 무거운 과제로 남게 됐다.

▲ 최준호 형지그룹 부회장(왼쪽)과 최혜원 형지I&C 대표이사가 이끄는 상장 계열사 3곳이 상장폐지 위기에서 시간을 벌었다. 두 사람이 이끄는 세 회사는 현재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7일 형지그룹의 상황을 종합하면 상장 계열사 3곳 모두 시장 퇴출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형지그룹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패션그룹형지 아래 형지엘리트, 형지글로벌, 형지I&C 등 3개 상장사를 두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코스피시장에, 형지글로벌·형지I&C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형지엘리트와 형지글로벌은 1984년생인 최준호 부회장이, 형지I&C는 1980년생인 최혜원 대표가 각각 이끌고 있다.

이들 상장사 3곳은 현재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태다.

최 부회장이 이끄는 형지글로벌은 가장 먼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형지글로벌은 골프복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회사 이름을 까스텔바작에서 형지글로벌로 변경했다.

한국거래소는 22일 형지글로벌이 주가 미달로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속적으로 1천 원을 밑돌아 8월 관리종목에 지정됐는데 이후 기한 내에 회복하지 못했다.

형지글로벌은 2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리매매 절차를 보류하기로 했다.

앞서 형지엘리트와 형지I&C도 주가와 시가총액 미달로 상장폐지 위기를 겪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8월 처음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주가 미달이 이유였는데 9월에는 시가총액 미달 사유까지 추가됐다.

다만 10월 다른 상장사가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결정에 불복해 신청한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거래소가 해당 사유에 따른 후속 절차를 유예하면서 형지엘리트도 당장의 퇴출 위기를 넘기게 된 것이다.

형지I&C도 상황은 비슷하다. 8월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됐으며 9월에는 주가 미달 사유도 추가됐다. 이후 형지엘리트와 마찬가지로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후속 절차가 유예됐다.

다만 형지엘리트와 형지I&C는 여전히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다. 주가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규정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법원이 형지글로벌의 가처분 신청까지 인용한다면 두 회사도 시간을 더 벌 가능성이 있다. 앞선 사례처럼 한국거래소가 주가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후속 절차도 다른 상장사들까지 확대해 유예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런 시간 유예가 세 회사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상장유지 요건이 한층 강화된다. 2027년 7월부터 시가총액 기준은 유가증권시장 500억 원, 코스닥시장 300억 원으로 높아진다. 주가 1천 원 미만에 따른 상장폐지 규정도 계속 적용된다.

법원에서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결정을 허가하는 쪽으로 판단한다면 세 회사의 증권시장 퇴출은 기정사실화된다.

최준호 부회장과 최혜원 대표가 각 회사의 기업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세 회사 가운데 기업가치 회복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곳으로 꼽히는 계열사는 형지엘리트다.

형지엘리트는 그룹의 주력 학생복사업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 시가총액은 213억 원, 27일 종가는 1720원이다.

이달 5대1 주식병합을 마치고 거래를 재개하면서 주가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위험을 일부 덜었다. 최 부회장과 모회사 패션그룹형지도 이달 22일부터 각각 2억 원, 3억 원 규모의 형지엘리트 주식을 장내 매수하기로 하며 주가 안정에 나서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학생복과 스포츠 상품화 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2026년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연결기준 매출 1778억 원, 영업이익 84억 원을 거뒀다. 직전 회계연보다 매출은 7%, 영업이익은 27%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대응과 관련해 "사업 역량 강화와 경영 효율화, 신사업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끌겠다"라고 말했다.

형지글로벌 역시 모회사의 자금 지원을 받아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거래정지 전 마지막 거래일인 22일 기준 형지글로벌의 종가는 301원, 시가총액은 78억 원에 그쳤다.

▲ 내년 상장유지 요건이 한층 강화될 예정이라는 점에서도 두 사람의 대응이 주목된다. 사진은 인천 연구수에 있는 패션그룹형지 사옥. <패션그룹형지>


형지글로벌은 올해 3월 형지에스콰이아를 인수해 제화사업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7월에는 모회사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약 10억 원을 조달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316억 원, 영업이익은 9억 원으로 2025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9%, 491% 증가했다. 기존 골프복 사업의 성장에 형지에스콰이아 편입 효과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상장폐지 사유까지 발생한 만큼 최 부회장으로서는 사업 확대를 안정적인 수익과 기업가치 회복으로 연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본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영 안정화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회복하는 데 힘쓰겠다"라며 "상장폐지 사유 발생과 관련해서는 단계별 절차에 따라 소명과 이의신청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혜원 대표가 이끄는 형지I&C는 세 회사 가운데 가장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형지I&C의 시가총액은 57억 원, 27일 종가는 820원으로 내년 상장유지 기준과의 격차가 크다.

최 대표는 올해 무상감자 및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유상증자 조달액은 목표인 약 131억 원에서 44억 원으로 줄었다.

특히 형지I&C의 유상증자에는 오너일가의 참여가 제한적이었다. 최병오 회장과 최혜원 대표가 투입한 자금은 합계 약 6463만 원으로 전체 조달액의 1.5%에 그친다.

형지I&C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267억 원, 영업손실 12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보다 영업손실이 27억 원에서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

최 대표는 신규 남성복 브랜드 '볼디니'를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신규 브랜드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워 기업가치 회복의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8월4일 관리종목 지정 당시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사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라며 "수익성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에 더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