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공공 금융기관들이 화석연료에 제공하는 금융지원 규모가 약 376조3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전라북도 전주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본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이 수백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화석연료 분야에 투자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정부의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이 성공하려면 이 같은 관행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25 한국 화석연료금융 백서'를 공동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화석연료 금융 규모는 2020년 약 154조 원에서 2025년 195조5천억 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국민연금, 정책 금융기관 등의 공적 금융이 차지한 비중은 65%에 달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여기에 화석연료 관련 보험 보장 금액 약 180조8천억 원까지 더하면 관련 금융지원 규모만 약 376조3천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분야를 향한 자금 공급은 정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2025년 기준 재생에너지 금융 신규 실행액은 약 9조9천억 원에 불과했다. 신규 실행액 총액으로 보면 전년도보다는 16.5% 증가했으나 해외 사업을 제외한 국내 신규 실행액으로 한정하면 약 6조4천억 원으로 사실상 답보 상태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지난 7일 K-GX 실행 계획안을 내놓고 공적 금융 790조 원을 동원해 녹색 대전환 관련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철강·석유화학 등 기존 제조업의 탈탄소화, 재생에너지 같은 청정에너지 공급망 확충, 전기차 전환, 건물 에너지 효율화, 녹색산업 육성을 함께 추진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에너지 분야에서 화석연료에 금융권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현 기조로 봤을 때 K-GX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김현정 국회의원실 등에서 파악한 국내 화석연료 금융 규모를 나타낸 그래프. 국민연금과 기타 공공 금융기관들의 비중이 가장 큰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대규모 기후·전환 금융이 공급되더라도 기존 화석연료 금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녹색 전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화석연료로 향하는 자금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국내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등 전환에 필요한 분야로 자금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주요 기후단체들도 이와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 금융기관들의 화석연료 금융 관련 투자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 20일 발간했다.

기후솔루션은 "산업의 녹색 전환은 기술개발 목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며 "전환을 위해서는 민간이 과감한 투자와 전환을 결정할 수 있는 정책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재정 및 정책 지원은 개별 기업의 전환을 돕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산업 전반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동력이자 기업을 압박하는 도구로서도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 연대체 국민연금기후행동은 지난 13일 공적 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국민연금 측에 탄소중립 목표 수립과 화석연료 투자 제한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국민연금기후행동에는 기후솔루션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도 참여하고 있다.

김현정 의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와 공적 금융의 자금 흐름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며 "공적 금융기관의 여신·보증 심사에 기후 리스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기후공시 의무화와 전환 금융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