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신형 로드스터 시제품이 15일 미국 텍사스주 맥그리거에 있는 스페이스X 시험장에서 고압 가스를 분사해 공중에서 바닥으로 착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달리 르노와 스텔란티스 등 유럽 완성차 기업이 오랜 브랜드 역사를 가진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재해석한 모델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대응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중국과 제휴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를 비롯한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테슬라를 비롯한 서구 완성차 기업이 가격경쟁력이 좋은 중국의 전기차 공세에 대응해 기존 사업을 보완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로켓 추진 장치를 장착한 신형 로드스터를 두고 테슬라가 대중형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직접 경쟁하는 대신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등 신기술로 사업 중심을 넓히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테슬라는 지난 15일 미국 텍사스주 스페이스X 시설에서 진행한 신차 발표회에서 신형 로드스터를 시연했다.
신형 로드스터는 위로 굽은 경사로를 따라 주행한 뒤 경사로에서 점프해 공중에서 차체를 돌려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로드스터는 이번 시연처럼 공중 기동이 가능한 ‘로켓’을 비롯해 기본형 ‘퍼포먼스’와 가속 추진기를 더한 ‘스러스트’, 등 세 종류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공중에서 움직이는 로켓 모델은 미국에서 아직 공도 운행 승인을 받지 못해 실제 사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를 의식한 테슬라의 새 성장동력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초현실적 기술을 담은 로드스터의 공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대중용 자동차 설계 대신 다른 첨단 기술에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겼음을 확인시켜 준다”고 분석했다.
테슬라와 달리 유럽차 업체들은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를 앞세우는 전략을 펼치는 방식을 선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차 업체는 브랜드 역사와 고급화 전략을 활용해 중국 전기차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판매 부진을 겪는 포르쉐는 지난 15일 고가 차량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신형 스포츠카 미션 S를 공개했다.
르노는 ‘르노5’, 스텔란티스는 시트로엥 ‘2CV’, 폴크스바겐은 ‘ID. 폴로’ 등 세 자동차 회사 역시 과거 인기 내연기관 모델의 디자인을 전기차로 되살려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서구 완성차 기업들이 중국 업체와의 가격·생산 규모 경쟁에 대응하면서도 고급차와 차별화한 기술, 브랜드 정체성 등 각자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높이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영국 컨설팅업체 카디자인리서치의 로버트 둘리 수석 전략가는 로이터를 통해 “중국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이 가장 우위를 보이는 곳이 유럽”이라며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복고풍 디자인이 눈에 띄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BYD와 지리자동차 등 중국 전기차 기업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 규모를 키우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 방문객들이 3월28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의 플래그십 차량 전시장 개장 행사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전기차 전문 매체 CNEV포스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중국 친환경차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증가했다.
이러한 수출 증가의 배경으로 무엇보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조사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의 제조원가는 약 2만 달러(약 2650만 원)로 유럽산 동급 전기차보다 약 1만1천 달러가량 적다.
중국 업체들의 원가 우위가 커지면서 서구 완성차 기업들은 고급 모델과 신기술, 브랜드 차별화 등을 통해 수익성과 시장 지위를 지키고자 애쓰는 모양새다.
유럽과 미국 등 거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대자동차는 중국 자동차업체와 협력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는 로보택시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으로 차별화를 모색하는 한편 점유율 회복을 노리는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으로 전기차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 4월24일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열린 2026 베이징 모터쇼에서 공개한 중국 맞춤형 전기차인 아이오닉V에 베이징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을 탑재했다.
전기차 플랫폼은 배터리, 모터, 서스펜션 등 전기차의 핵심 부품과 뼈대가 되는 기초 프레임이다.
또한 현대차 아이오닉V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인공지능(AI) 기업 모멘타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다.
중국 기술을 배척하기보다 현지 생태계를 활용해 원가와 기술 경쟁력을 높이려는 접근 방식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 시장 점유율이 10% 수준을 보였으나 현재는 1% 미만으로 쪼드라든 상태다.
결국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완성차 기업과 테슬라 및 현대차가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세계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싼 값의 중국 전기차를 상대하는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던 자동차 산업 컨설턴트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중국 자동차 기업은 제조 비용을 절감해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며 “서구 기업들은 이제 성장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서 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