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올해 말 연임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대내외 변수가 늘어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WM·SME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깜짝 발탁한 데 이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승계절차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라고 압박하면서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올해 12월 말 첫 번째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 KB국민은행 >


금융당국이 계열사 내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실질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 행장의 연임 심사를 맡을 KB국민은행 사외이사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KB금융 안팎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기조에 맞춰 국민은행 등 계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KB금융을 포함 8개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CEO의 구체적 자격요건과 평가 단계별 검증기간 등 기본적이고 핵심적 절차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지주사는 선임 절차를 개시하기 전에 미흡한 사항을 조속히 보완해 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15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도 금융지주 계열사 임추위의 제한적 역할 등 미흡한 CEO 승계절차를 꼬집어 지적했다. 일주일여 만에 같은 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금융지주가 계열사 CEO를 사실상 정해 내려보내는 방식의 인사 관행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KB금융 지주 회장 선임에 이어 KB국민은행장 인사도 한층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행장은 2025년 1월 국민은행장에 취임해 올해 12월31일 첫 번째 임기가 끝난다.

금융감독원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은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승계절차를 개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만큼 KB금융도 곧 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B국민은행장 선임은 다른 금융지주들과 비슷하게 대추위에서 후보를 정한 뒤 은행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적격성을 심사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내부적으로 국민은행 사외이사가 각 업권에서 은행장 후보를 지주 대추위에 추천하는 통로를 열어두긴 했지만 실제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정해진 후보를 검증하는 역할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장 선임에 지주의 영향력이 컸던 셈이다.

실제 이환주 행장이 처음 선임된 2024년 국민은행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연차보고서를 살펴보면 11월27일 지주 대추위가 이 행장을 후보로 선정한 뒤에야 국민은행 행추위 1차 회의가 열렸다.

국민은행 행추위는 그 뒤 12월12일 2차 회의와 후보자 심층인터뷰 진행하고 같은 달 26일 3차 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이환주 행장을 추천했다. 지주 추천 뒤 한 달 여 만에 절차가 끝난 것이다.

2025년 국민은행 지배구조보고서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내부규정 부분에 4월부터 사외이사들로부터 은행장 후보 추천을 받는 절차를 진행했다고 명시한 것과 달리 2024년 보고서에는 후보 추천 관련 역할은 별도로 담겨있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금융당국이 은행 내부 후보추천위원회의 실질적 후보 추천권한과 검증과 의견 반영 등 역할을 지켜보겠다고 나선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 KB국민은행은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국민은행 행추위가 예년보다 빨리 개시되거나 행추위원들의 평가에 한층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의 첫 연임 심사를 이끌 행추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다.

국민은행 행추위는 사외이사 모두가 참여하고 위원장은 위원 가운데 호선한다.

현재 국민은행 사외이사는 김성진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이정숙 전 삼성증권 준법감시인, 윤대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윤경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등 5명이다.

이 가운데 김성진 이사(1963년생)와 이정숙 이사(1965년생)가 2024년 3월 함께 선임돼 사외이사 가운데 재임기간이 가장 길다. 두 사람 모두 이 행장의 첫 은행장 선임 절차를 경험했다.

국민은행은 앞서 2024년 이 행장 선임 당시에도 사외이사 가운데 재임기간이 가장 길었던 유용근 이사가 행추위원장을 맡았다. 유 이사는 2020년 3월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돼 당시 5년째 이사회에 몸담았다.

김성진 이사는 동원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역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과 채권운용부문 대표 전무·부사장·사장 등을 거친 금융·자본시장 전문가다.

이정숙 이사는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와 삼성증권 법무실장, 컴플라이언스실장 겸 준법감시인 등을 지냈다. 금융회사 법무와 내부통제 분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나머지 3명의 사외이사는 이들보다 비교적 최근 합류했다.

윤대희 이사(1972년생)는 회계·재무 분야 전문가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태훈 이사(1966년생)는 금융소비자보호와 자본시장 분야를 연구해 온 금융정책 전문가로 올해 3월 새롭게 국민은행 이사회에 합류했다. 국민은행은 당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기여와 금융회사 사외이사 경험 등을 선임 배경으로 들었다.

가장 최근 합류한 정윤경 이사(1973년생)는 인공지능(AI) 전문가다. 문수복 전 사외이사가 사임하면서 지난 7월 새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자연어처리와 데이터 분석, 생성형 AI 등을 연구해 온 정 이사의 임기는 2028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은 이번 회장 선임과정에서 무조건 당연한 연임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도 인사가 상당히 ‘다이내믹’하게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