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토스뱅크의 환율 오류·토스증권의 미리받기, '혁신금융' 쉽고 빠른 게 능사는 아니다

▲ 토스뱅크 앱에서 3월10일 저녁 7시29분부터 36분까지 일본 엔 환율이 시장 가격의 절반 수준인 472원대로 고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토스뱅크는 다음날 환율 오류에 따른 거래를 정정(취소)하고 환수조치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토스뱅크>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엔 환율이 472.23원이 됐어요. 지금 확인해보세요.”

10일 저녁 토스뱅크 애플리케이션(앱) 일본 엔화 환율 알림 서비스가 여러 번 울렸다.
 
저녁 7시29분에서 7시36분까지 7분. 토스뱅크가 환율 오류를 인지해 거래를 막기까지 약 40만 명이 280억 원가량을 환전했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가 순식간에 공유되는 시대다. 여기에 토스뱅크가 제공한 ‘친절한’ 알림까지 더해지면서 사고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토스뱅크는 일본 엔화를 비롯해 17개 통화의 환율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 통화별로 매일 오전 10시에 환율 알림을 받을 수 있고, 직접 설정한 환율에 도달했을 때 알림을 받을 수도 있다.

24시간을 가리지 않고 현재 환율이 1개월·3개월 전 환율과 비교해 최고·최저일 때도 알림이 발송된다.

환율 알림 기능 자체는 다른 시중은행 앱에서도 제공하는 서비스다.

다만 토스뱅크는 알림과 환전 등 거래 기능을 밀착시킨 사용자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거래의 복잡한 절차를 없애는 ‘혁신’으로 이용자가 알림을 받는 즉시 손쉽게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이용자 규모도 압도적이다.

토스는 금융 앱 월간활성이용자 수(MAU)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토스의 MAU는 2094만 명에 이르고 누적 가입자 수는 3천만 명을 웃돈다.

대한민국 경제활동 인구 상당수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슈퍼앱’의 편의성이 사고 상황에서는 기폭제로 작용한 셈이다.

이런 ‘혁신의 역설’은 토스증권의 주식판매금 미리 받기 서비스에서도 나타난다. 

이 서비스의 본질은 주식 매도대금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주식 거래는 통상 매도를 하고 영업일 기준 이틀 뒤 대금이 정산되기 때문에 그 사이 자금을 먼저 쓰려면 담보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토스증권은 이 과정을 매우 간단한 기능, 혁신적 서비스처럼 구현했다. 토스증권은 거래내역 화면의 출금가능금액 바로 아래 ‘주식판매금 미리 받기’ 버튼을 배치했다. 이용자가 이를 선택하면 수수료가 차감된 금액이 제시되고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대출이 실행된다.

증시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이를 대출이 아닌 ‘빠른 정산’으로 오인하기 쉽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토스증권의 주식판매금 미리 받기 서비스가 대출인 줄 몰랐다는 이용자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 절차를 생략하고 문턱을 낮춘 혁신은 분명 소비자에게 매력적이다. 토스는 실제 외환, 증권 등 금융의 여러 분야에서 기존의 불편함을 개선하면서 금융생활의 모습을 바꾸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서비스가 쉬워지고 간편해질수록 안전장치와 내부통제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특히 토스는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상장사에게 시스템 사고로 인한 손실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주주가치 훼손과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체급이 커진 만큼 그에 걸맞은 내부통제 시스템과 금융소비자 보호 장치에 관한 책임도 한층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를 꿈꾸는 토스가 ‘혁신의 무게’를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할 때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