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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승일 K스포츠 부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5차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게이트 5차 청문회가 끝난 22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단연 ‘노승일’이었다.
이날 청문회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 대부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쏟아져 사실상 ‘우병우 청문회’ 였는데 정작 주인공은 우씨가 아닌 노승일 K스포츠 부장이었다.
우씨는 ‘법률 미꾸라지’라는 의원들의 질타를 들을 정도로 의원들의 질문에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그렇지 않아도 ‘맹탕’인 청문회를 더 답답하게 만들었지만 노 부장은 이전 증인들과 달리 막힘없이 시원시원하게 답변했다.
TV로 청문회를 지켜본 시청자들에게는 한여름의 시원한 ‘청량제’나 마찬가지였는데 비단 답변태도만 시원했던 게 아니다.
노 부장이 청문회에서 털어놓은 내용은 향후 특검수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돼야 하겠지만 하나같이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것들이었다.
우씨는 청문회 내내 최순실씨와 차은택씨를 모른다고 주장했는데 노 부장은 우씨의 진술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 증인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라고 묻자 노 부장은 “차은택의 법적 조력자가 김기동 검사이고 우 전 수석이 김 검사를 차은택에게 소개해줬다고 고영태에게 들었다”고 폭로했다.
차은택이 최순실의 최측근 인사인 만큼 결론적으로 우씨와 최순실, 차은택은 서로 친밀한 관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노 부장은 “고영태도 이성한 전 미르 이사장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렇게 들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손 의원이 “결론적으로 우 전 수석이 최순실을 잘 안다고 볼 수 있겠나”라고 묻자 노 부장은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단언했다.
김기동 검사장은 11월11일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언급한 검찰의 ‘우병우사단’ 가운데 한명으로 현재 부패방지특별수사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증인석의 우씨는 노 부장의 발언을 듣고 곧바로 부인하긴 했지만 청문회 내내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이 순간만큼은 당황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 발언 뒤 노 부장은 발언의 무게를 감안해 증인석으로 옮겨달라는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의 요청에 따라 참고인 신분에서 증인 신분으로 바뀌었다.
노 부장의 ‘진면목’은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과 문답에서 나왔다.
노 부장이 최순실씨의 PC에서 문건 등을 복사했다고 밝히자 백 의원은 “복사한 의도가 뭐냐, 주인 몰래 카피한 것은 범죄가 아니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노 부장은 “알고 있다”고 담담하게 인정했다.
백 의원이 “범죄 행위를 할 때 범죄의도가 뭐냐”고 재차 물었다. 문서의 내용보다 문서를 주인 허락없이 가져왔다는 ‘범죄사실’에 초점을 맞춰 노 부장을 범죄자로 몰려는 의도가 다분한 질문이었다.
노 부장은 “세상에 밝히고 싶었다”고 답변했다. 백 의원이 “그걸 밝혀서 무얼 얻으려고 했나”고 묻자 노 부장은 “깨끗한 나라가 됐으면 했다”고 주저없이 밝혔다.
백 의원이 "세상에 알리면 깨끗한 나라가 되냐"고 마치 취조하듯 캐묻자 노 부장은 “부정부패를 알리는 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우문현답이었던 셈이다.
백 의원이 또다시 “카피한 행위 자체는 범죄행위지 않느나”고 묻자 노 부장은 “처벌받겠다"고 대답했다.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민감한 질문에 대부분 “모른다”“관여한 바 없다”로 일관한 우 전 수석과는 전혀 달랐다.
청문회가 끝나자 노 부장을 지지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쏟아졌다.
일각에선 ‘여과없는’ 발언으로 노 부장의 안위가 걱정된다는 소리도 올라오고 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23일 트위터에 ‘노승일 증인의 안위를 걱정해 주시는 분이 많습니다. 국조 야당위원들이 보호해 주겠다 약속했고 국회에서도 노력하리라 믿습니다’고 적었다. 표 의원은 ‘이제 최순실의 시대는 갔고 진실의 시대가 왔다. 여전히 거짓과 위증을 일삼는 자들에겐 응징이 기다린다’고 마무리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