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매각 절차가 지연되면서 이들 회생의 전제인 새 주인 찾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를 찾고 공개경쟁 방식의 협상을 진행해야 하지만 뚜렷한 진전은 커녕 애초 계획대로 진행조차 되고 있지 않아서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메프의 매각 절차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인수희망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EY한영회계법인이 티메프의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이후 알려진 계획에 따르면 11월8일까지 인수 희망자를 물색해 인수의향서를 접수 받아야 했다. 인수 희망자를 대상으로 11월11일부터 22일까지 티메프 실사를 진행한 뒤 12월11일 투자계약을 체결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애초 계획이었다.

EY한영회계법인은 12월16일 매각 공고를 내고 20일 공개 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확정하겠다는 그림을 그려뒀다.

하지만 이 계획은 현재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티메프는 두 곳으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았다는 사실만 공개했을 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과 관련한 추가 절차는 밟지 않고 있다.

두 곳이 티메프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9월이다. 약 3달이 지난 현재까지 추가로 티메프 인수 의사를 내비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인철 티메프 법정관리인은 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티몬 본사에서 열린 ‘티메프 영업 재개 및 인수합병(M&A) 성공을 위한 설명회’에서 “두 곳에서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며 매각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달 안에 인수합병을 성사시키고 내년 2~3월 매각 대금을 활용해 피해 회복에 나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티메프의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연기한 것을 두고 매각에 진전이 없다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떠오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티메프의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기존 2025년 1월17일에서 2025년 2월7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는데 티메프 입장에서 인수합병에 필요한 시간을 일부 확보하도록 배려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회생계획 인가 전 매각은 티메프 측에서도 언급한 내용이다. 9월10일 회생 절차가 결정된 후 류광진 티몬 대표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을 목표로 올해 안에 채권자분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인수합병을 확실히 추진하겠다"며 "이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법정관리인과 협력해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티메프 매각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티메프의 인수합병 얘기가 돌지 않는 것을 놓고 사실상 티메프의 매물 가치가 낮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티메프의 플랫폼 경쟁력은 경쟁 플랫폼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속적 적자와 점유율 하락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미 소비자와 판매자 양쪽으로부터 신뢰도를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티메프의 재무상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티몬의 누적손실은 2022년 말 기준 1조2644억 원, 위메프의 누적손실은 2023년 말 기준 7599억 원으로 두 기업 모두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정산지연 사태에 따른 채권자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티메프를 인수합병할 경우 이들을 인수한 기업은 채권자에 대한 일부 채무 부담을 져야 한다. 인수비용뿐 아니라 보상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티메프가 법원에 제출한 채권규모는 1조3천여억 원에 달한다. 판매자와 구매자들의 채권은 일반채권에 해당하므로 변제순위가 낮아 변제율이 낮을 가능성이 크지만 최소 10% 이상은 부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진 기업 2곳 역시 티메프의 인수 의지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실사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재무 상태나 경영 구조만 확인한 뒤 빠지기도 한다. 이른바 경영비밀을 파악하기 위함인데 티몬과 위메프가 각각 10년 이상의 업력을 지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쌓은 경영 노하우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