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1년을 꽉 채우면서 연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명확히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은행과 증권, 카드, 보험 등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양 회장이 최근 ‘새로고침’ 경영법을 내걸고 과감한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연말 인사에서도 안정보다 변화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5곳 가운데 KB손해보험을 제외한 4곳의 최고경영자가 올해 12월31일 임기가 끝난다.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부터 김성현 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사장 등이다.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초 취임해 아직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있다.

이재근 행장을 비롯해 김성현 사장, 이창권 사장, 이환주 사장 등은 모두 양 회장이 취임하기 전 윤종규 회장 시절 대표에 올랐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2022년 1월 대표에 올라 ‘2년+1년’의 임기를 채웠다.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 사장은 2019년부터 6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은 2022년 1월 KB생명보험 대표에 선임돼 주요 계열사 사장단에 입성한 뒤 지난해 1월 푸르덴셜생명과 통합 출범한 KB라이프생명 초대 대표에 올랐다. 

KB금융은 올해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는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순항하고 있다. 실적으로 본다면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모두 연임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으로 여겨진다.

다만 양 회장이 취임 1년을 보낸 시점에서 뚜렷한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한 세대교체를 선택한다면 큰 폭의 인사이동이 있을 수 있다.

양 회장은 2023년 11월21일 KB금융그룹 제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윤종규 전 회장 체제에서 9년 만에 바톤을 이어받았다.

양 회장은 지난해 취임 한 달이 채 못 돼 단행한 첫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임가가 끝나는 계열사 8곳의 최고경영자 9명 가운데 6명을 교체했다.

KB증권 WM부문과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 등 6개 계열사에 신임 대표를 앉혀 교체 대상의 3분의 2를 바꿨다.

이에 전체적으로 안정보다 변화에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지난해 인사에서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등 핵심 계열사 사장단에 신뢰를 보이며 변화 속 안정을 선택했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았다.

이번 연말 인사야말로 양 회장의 경영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에는 취임 뒤 곧장 인사철을 맞이하면서 조직 변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취임 1년을 오롯이 채우고 연말 인사를 하는 만큼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을 직접 평가하고 사장단에서부터 새로운 판을 짜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연임 여부에 가장 이목이 쏠린다.

이 행장은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KB국민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행장이 2년+1년 임기를 채운 현재 시점에서 재연임에 성공한다면 양종희 체제에서 그룹 내 입지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KB금융이 지난해 12월 주요 계열사 인사에 앞서 11월 이재근 행장의 연임 인사를 먼저 결정한 만큼 올해도 먼저 인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양 회장이 하반기 들어 '새로고침'을 주요 경영 키워드로 삼고 KB금융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연말 인사에서 안정보다 변화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양 회장은 9월 KB금융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빠르게 달라지는 환경에서 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변화하는 ‘새로고침’ 경영법을 모두 함께 되새겨야 한다”며 KB그룹 경영관리체계, KB그룹 관리문화, 고객과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모두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은 10월30일 금융감독원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도 그룹 전체의 내부통제 체계를 ‘새로고침’ 하겠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앞서 KB손해보험 대표 시절에도 과감한 조직개편과 인력 운용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회장은 2016년 KB손해보험 대표에 취임한 뒤 첫 해부터 디지털전략부, 자산리스크관리부, 보험리스크관리부를 만들고 중소기업대출영업부, 대체자산운용부 등을 신설하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조직체계에 변화를 주며 KB손해보험 내부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양 회장은 KB금융 지주 회장에 오른 뒤에도 지난해 연말 부회장직제를 폐지했다.

양 회장은 앞서 KB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뒤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 대표 인사에 관해 “계열사 사장 선임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회사의 경쟁력을 도모할 수 있는지, 임직원의 헌신적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등 리더십 측면에서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9월 말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올해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대표에 관한 승계절차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11월 말 이 행장 연임을 먼저 결정지은 뒤 12월14일 주요 계열사 인사를 발표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