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故) 이우영 작가 추모 전시회가 저작권 관련 분쟁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정고무신 없는 검정고무신’이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만화 검정고무신 작가인 고 이우영 작가는 저작권 분쟁에 시달리던 와중에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 작가의 죽음을 사건을 계기로 표준계약서 제·개정 등 저작권 관련 제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작가를 괴롭게 했던 저작권 침해 소송은 아직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경기도 부천 원미구 못그린미술관에서는 지난 3일부터 오는 10일까지 고 이우영 작가 추모 전시 ‘검정고무신 없는 검정고무신’이 이어진다.  

전시에는 이 작가의 검정고무신 캐릭터 대신에 이를 테마로 하는 다른 만화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놓고 저작권 소송이 아직 진행되고 있어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사용하는 일이 불가능해서다.

어릴 적 ‘검정고무신’을 보며 자라온 세대들은 이번 전시에 반갑다는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포털 사이트 고 이우영 작가 추모 전시회 관련 기사 댓글에서 한 누리꾼(아이디 ji*)은 “저의 어린 시절을 책임져 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검정고무신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소년 챔프’에 연재된 만화가 이우영의 작품이다.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기영이와 기철이네 가족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내 많은 이들이 사랑을 받은 이후 TV 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 개봉됐다. 

하지만 이 작가는 2023년 3월11일 캐릭터업체 형설앤과 저작권 분쟁을 벌이던 중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를 계기로 창작자의 권리보호와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불공정 계약 문제가 재조명됐고 다양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졌다. 

먼저 이뤄진 변화는 웹툰 표준계약서의 제·개정이다. 

2024년 3분기에 새로 마련되는 이 표준계약서에는 고 이우영 작가 별세 이후 주목받았던 2차 저작물 작성권 관련 조항이 담기게 된다.

웹툰 플랫폼에 연재한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에 활용될 때 웹툰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법률지원센터도 설치됐다. 2023년 4월 저작권위원회 서울사무소에 문을 연 이 센터의 이름은 ‘검정고무신 법률센터’다. 

이 센터에서는 창작자를 대상으로 저작권 계약 전반에 필요한 법률 자문과 창작자 대상 저작권 교육이 이뤄지게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문산법)’에 ‘검정고무신 법’이라는 별칭을 달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가와 관련한 저작권 소송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이 작가는 2019년엔 공동 저작권자들과 수익 배분 소송에 휘말린 데 이어 2022년에는 애니메이션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개봉을 앞두고 캐릭터 업체가 자신들의 허락 없이 2차 저작물을 만들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생전 이우영 작가는 재판부에 제출한 마지막 진술서에 “검정고무신은 제 인생 전부이자 생명이다. 창작 이외에는 바보스러울 만큼 어리석은 창작자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캐릭터업체 형설앤 측은 고 이우영 작가와 맺은 계약서 상 모든 창작 활동에 대해 자신들의 동의를 받게 돼 있지만 이 작가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2억8천여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반면 이 작가 측은 출판사 측에 저작권 일부를 양도했음에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며 불공정 계약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저작권 침해 금지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7월 1심 결과 검정고무신 속 주요 캐릭터인 기영이와 기철이 등은 작가의 소유로 인정됐다. 작품 속 캐릭터들은 이 작가가 창작했지만 2008년부터 이 작가와 동생 이우진 작가, 스토리 담당 이영일 작가, 형설앤 장진혁 대표 4명이 공동저작자로 등록돼 있었다.

다만 출판사 형설앤 측이 작가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기존 저작권이 유효하다고 봐 이 작가에 7400여만 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유족 측이 항소를 제기했다. 

고 이우영 작가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검정고무신으로 얻은 수익이 고작 1900만 원에 불과했다고 유족들이 주장하고 있는 만큼 항소심 결과에 따라 작가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국내 만화·웹툰 업계에 변화가 일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7월경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형설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항소심 선고는 7월 나올 예정”이라며 “검정고무신 문제와 관련해 따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