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진해운의 자산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자산을 매각할 경우 기업의 규모가 축소돼 회생도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28일 한진해운 조사위원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한진해운 매각 가능성을 검토했다.

한진해운 자산 가운데 매각검토 대상으로 영업권과 선박 등 한진해운 자산 전반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주식 가치는 3천억여 원이다. 하지만 채무가 6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 전체를 매각할 경우 인수자가 채무까지 떠안아야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법원은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위원은 한진해운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하기 전에 영업권을 다른 회사에 양도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한진해운의 기업 가치가 떨어져 영업권 매각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업권 인수자는 회사 전체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어서 채무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

법원은 또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해운조사기관 베슬즈밸류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은 빌린 배를 제외하고 현재 건조중인 선박을 포함해 총 63척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8억 달러(2조여 원)다. 이 가운데 컨테이너선박의 가치는 14억 달러(1조5천억여 원) 수준이다.

법원은 한진해운을 통째로 매각할 수 있다면 재무적 투자자보다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나 기존 해운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한진해운 회생이라는 조건 아래에서 매각을 검토하는 것”이라면서도 “매각을 위해 세부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아 시간을 두고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 터미널의 매각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2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의 쉬리룽 회장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 터미널 중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한진해운이 매각할 의향이 있다면 인수를 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매각 의향을 밝힐 경우 코스코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롱비치항 터미널을 인수하는 방안을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항 터미널 외에도 국내에서 2곳의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의 경우 매각이 아닌 해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박 공급과잉 상태에서 해운업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해운사들은 선박을 해체해 고철로 파는 경우가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선박 해체량은 1천여 척으로 총 5200만 DWT(재화총화물톤수)에 이른다. 이는 2012년 6100만 DWT 이후 최고 수준이다.

현대상선도 한진해운 자산 중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인수 대상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인수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특히 머스크는 한진해운 컨테이너선박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한진해운은 12월2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앞서 삼일회계법인이 11월4일까지 중간 실사보고서를 11월25일까지 최종 실사보고서를 제출한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권리신고액과 회생계획안, 그리고 실사보고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한진해운의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