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겨울을 나기 위해 온 가족이 모여 배추를 절이고 김치를 담그던 김장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배추를 직접 절이는 대신 절임배추를 주문하고, 김장을 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김치를 구매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김장을 직접 하는 가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 배추와 무 생산량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 할인 행사와 김치 구매·나눔 캠페인을 통해 소비 확대에 나섰다. 달라진 김장문화에 맞춰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농가의 판매를 늘릴 수 있을지가 정책의 실효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을 보면 정부는 올해 안정적 수급 관리와 소비자 부담 완화에 더해 국산 농수산물 소비 확대를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김장 재료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 할인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김장 체험과 나눔, 국산 김치 구매·선물 캠페인 등을 통해 소비를 늘리는 데도 적극 나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소비자 김장 의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가구 비율은 58.6%로 지난해 64.2%보다 5.6%포인트 낮아졌다. 직접 김장을 하려는 가구가 줄면서 가정에서 사용할 김장배추 수요도 지난해 64만2천 톤에서 올해 58만3천 톤으로 9.1%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가구당 김장배추 구매량도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농경연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5년 소비자 김장 의향 및 주요 채소류 공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김장용 배추 구매 의향은 2020년 21.9포기에서 2025년 18.3포기로 5년 사이 16.4% 줄었다. 특히 2021년 22.1포기를 기록한 뒤 4년 연속 감소했다.
김치를 마련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상품김치 구매 비율은 2022년 25.7%에서 2025년 32.5%로 높아졌다. 직접 김장을 하는 가구에서도 절임배추 구매 비율이 같은 기간 55.9%에서 58.9%로 상승했다.
농경연 조사에서 김장량을 줄이려는 이유로는 '가정 내 김치 소비량이 줄어서'가 49.0%로 가장 많았다.
김장 자체가 사라진다기보다 김치를 마련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직접 담그더라도 번거로운 절임과정을 줄이고 필요한 양만 구매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김장문화도 가구별 생활방식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김장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 배추와 무는 풍작이 예상된다.
농경연은 가을배추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8.5% 증가한 121만4천 톤, 가을무 생산량을 11.1% 증가한 37만2천 톤으로 전망했다. 생육기에 적절한 비와 기온이 이어지면서 공급 여건이 양호해진 영향이다.
소비자에게는 김장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정부가 제시한 10월 하순 기준 4인 가족 김장비용은 23만828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4.2% 낮았다.
최근 소비자물가 흐름에서도 농산물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상승했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은 1.7% 하락했다. 특히 신선채소 가격은 11.3% 떨어졌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상승세지만 올해 배추와 무는 풍작으로 가격 약세가 예상된다. 소비자에게는 김장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지만 생산량 증가에 김장 수요 감소까지 겹친 농가에는 판매가격 하락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올해 김장 대책에서 소비 확대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정부는 김장철 농수산물 할인에 역대 최대 규모인 640억 원을 투입한다. 농축산물 할인에 440억 원, 수산물 할인에 200억 원을 배정했다. 대형·중소형마트와 온라인몰 등에서 배추와 절임배추, 무 등 주요 김장재료를 최대 40%, 새우젓과 멸치액젓 등 수산물은 최대 50% 할인한다.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농할상품권도 20% 할인 판매한다.
김장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공급이 늘어난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려는 조치다. 정부는 가격이 급락하면 비축·계약재배 물량의 시장 공급을 최소화하거나 중단하는 방식으로 수급도 조절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직접 김장을 하지 않는 가구도 소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김치 구매와 나눔 활동을 확대한다. '더하고 나누는 김장, 한 포기 더의 행복'을 내세워 지방정부·농협과 김장 체험행사를 추진하고 공공기관·민간기업과 연계한 김치 단체 구매와 국산 김치 선물하기 캠페인도 진행한다.
직접 김장을 하는 가구의 재료비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국산 김치 구매와 선물 등을 통해 소비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김장을 준비하는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소비촉진책도 직접 담그는 가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할인 확대와 소비촉진 캠페인이 실제 김치 소비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김장 수요 감소에는 재료 가격뿐 아니라 가정 내 김치 소비량 감소와 김장을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노동 부담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가격 할인만으로 직접 김장을 하는 가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상품김치 구매와 선물 등을 통한 소비 확대도 국내산 배추와 무의 수요 증가로 이어져야 농가의 판매를 뒷받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품김치에 사용되는 원재료의 원산지와 조달 규모에 따라 국내 농가에 돌아가는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
김치를 마련하는 방식이 직접 담그기에서 완제품 구매로 일부 이동하는 만큼 달라진 소비 방식에 맞춰 국산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편의와 농가의 안정적인 판매 기반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정부 소비촉진책의 과제로 떠올랐다. 허원석 기자
김장을 직접 하는 가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 배추와 무 생산량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 할인 행사와 김치 구매·나눔 캠페인을 통해 소비 확대에 나섰다. 달라진 김장문화에 맞춰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농가의 판매를 늘릴 수 있을지가 정책의 실효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 김장을 직접 하는 가구가 줄고 배추·무 풍작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할인 행사와 소비촉진책을 확대하면서 달라진 김장문화에 맞춰 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 주차장에서 열린 '이웃사랑 새마을 김장 나눔'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을 보면 정부는 올해 안정적 수급 관리와 소비자 부담 완화에 더해 국산 농수산물 소비 확대를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김장 재료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 할인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김장 체험과 나눔, 국산 김치 구매·선물 캠페인 등을 통해 소비를 늘리는 데도 적극 나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소비자 김장 의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가구 비율은 58.6%로 지난해 64.2%보다 5.6%포인트 낮아졌다. 직접 김장을 하려는 가구가 줄면서 가정에서 사용할 김장배추 수요도 지난해 64만2천 톤에서 올해 58만3천 톤으로 9.1%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가구당 김장배추 구매량도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농경연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5년 소비자 김장 의향 및 주요 채소류 공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김장용 배추 구매 의향은 2020년 21.9포기에서 2025년 18.3포기로 5년 사이 16.4% 줄었다. 특히 2021년 22.1포기를 기록한 뒤 4년 연속 감소했다.
김치를 마련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상품김치 구매 비율은 2022년 25.7%에서 2025년 32.5%로 높아졌다. 직접 김장을 하는 가구에서도 절임배추 구매 비율이 같은 기간 55.9%에서 58.9%로 상승했다.
농경연 조사에서 김장량을 줄이려는 이유로는 '가정 내 김치 소비량이 줄어서'가 49.0%로 가장 많았다.
김장 자체가 사라진다기보다 김치를 마련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직접 담그더라도 번거로운 절임과정을 줄이고 필요한 양만 구매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김장문화도 가구별 생활방식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김장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 배추와 무는 풍작이 예상된다.
농경연은 가을배추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8.5% 증가한 121만4천 톤, 가을무 생산량을 11.1% 증가한 37만2천 톤으로 전망했다. 생육기에 적절한 비와 기온이 이어지면서 공급 여건이 양호해진 영향이다.
소비자에게는 김장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정부가 제시한 10월 하순 기준 4인 가족 김장비용은 23만828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4.2% 낮았다.
최근 소비자물가 흐름에서도 농산물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상승했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은 1.7% 하락했다. 특히 신선채소 가격은 11.3% 떨어졌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상승세지만 올해 배추와 무는 풍작으로 가격 약세가 예상된다. 소비자에게는 김장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지만 생산량 증가에 김장 수요 감소까지 겹친 농가에는 판매가격 하락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올해 김장 대책에서 소비 확대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정부는 김장철 농수산물 할인에 역대 최대 규모인 640억 원을 투입한다. 농축산물 할인에 440억 원, 수산물 할인에 200억 원을 배정했다. 대형·중소형마트와 온라인몰 등에서 배추와 절임배추, 무 등 주요 김장재료를 최대 40%, 새우젓과 멸치액젓 등 수산물은 최대 50% 할인한다.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농할상품권도 20% 할인 판매한다.
김장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공급이 늘어난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려는 조치다. 정부는 가격이 급락하면 비축·계약재배 물량의 시장 공급을 최소화하거나 중단하는 방식으로 수급도 조절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직접 김장을 하지 않는 가구도 소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김치 구매와 나눔 활동을 확대한다. '더하고 나누는 김장, 한 포기 더의 행복'을 내세워 지방정부·농협과 김장 체험행사를 추진하고 공공기관·민간기업과 연계한 김치 단체 구매와 국산 김치 선물하기 캠페인도 진행한다.
직접 김장을 하는 가구의 재료비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국산 김치 구매와 선물 등을 통해 소비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김장을 준비하는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소비촉진책도 직접 담그는 가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할인 확대와 소비촉진 캠페인이 실제 김치 소비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김장 수요 감소에는 재료 가격뿐 아니라 가정 내 김치 소비량 감소와 김장을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노동 부담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가격 할인만으로 직접 김장을 하는 가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상품김치 구매와 선물 등을 통한 소비 확대도 국내산 배추와 무의 수요 증가로 이어져야 농가의 판매를 뒷받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품김치에 사용되는 원재료의 원산지와 조달 규모에 따라 국내 농가에 돌아가는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
김치를 마련하는 방식이 직접 담그기에서 완제품 구매로 일부 이동하는 만큼 달라진 소비 방식에 맞춰 국산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편의와 농가의 안정적인 판매 기반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정부 소비촉진책의 과제로 떠올랐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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