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GTX-C노선 통과에 반대하는 은마아파트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원 장관은 노조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일 잘하는 장관’이라는 우호적 여론을 등에 업고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집단이기주의’라며 발언 수위를 높인 배경에도 이러한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GTX-C노선 통과에 반대하는 은마아파트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19일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에 따르면 추진위는 현재 국토교통부가 제기한 공금부당 사용 등 의혹에 관한 추가 반박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추진위와 국토부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반대집회 관련 공금사용 내용부터 절차상 문제까지 완전히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앞으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 장관은 국토부가 은마아파트 추진위 운영실태조사 결과와 경찰 수사 의뢰 등 조치를 발표한 17일 페이스북에 ‘30만 수도권 주민의 발을 언제까지 묶어야 합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은마아파트 추진위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는 “‘집 한 채 만분의 일의 지분’을 지닌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 관계자의 근거 없는 선동으로 30만 수도권 주민의 발을 묶어놓을 수는 없다”며 “재건축은 해야 하지만 GTX가 내 발밑으로 지나가서는 안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앞서 2022년 11월23일 ‘GTX-C노선 은마아파트 주민의견 수렴 간담회’에서도 “단지 지하를 지나니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은 국가가 받아들일 수 없고 이런 일방적 주장에 국가가 굴복하는 것은 국민들이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당시 “국책사업에 관한 막연한 불안과 위험을 확산하며 선동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뒤 일주일 만에 바로 서울시와 합동으로 조사단을 꾸려 은마아파트 추진위 조사에 착수했다.

그는 SNS를 통해서도 “GTX가 왜 은마아파트만 피해가야 하냐”며 “다른 아파트나 주거지는 괜찮아도 은마아파트 아래로는 절대 지나가지 말라는 이기적 주장을 과연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2028년까지 GTX를 개통한다는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여기서 나아가 은마아파트 추진위의 GTX 통과 반대를 집단이기주의로 규정한 것은 원 장관이 화물연대와 철도노조 파업, 최근 건설노조 불법행위까지 강경 대응 기조를 보인 것과 다르지 않은 태도로 여겨진다.

원 장관은 지난해 화물연대, 철도노조 파업에도 노조가 파업으로 힘을 과시하면 정부가 적당히 타협하는 일은 더 이상 없다며 물러나지 않고 업무개시명령 등 강대강 대치로 대응했다. 결국 철도노조와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강경대응이 효과를 봤다.

그러자 건설노조를 향해서도 '조폭', '독'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원 장관은 2022년 12월20일 세종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을 찾아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건설노조가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 되고 있다”며 “피해는 대다수 서민 노동자들이 보는 만큼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에는 창원시 명곡동 행복주택 건설현장, 부산시 강서구 명문초등학교 건립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건설노조에 대해 “노조라는 탈을 쓰고 무법지대 조폭”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원 장관의 노조를 향한 강경 기조는 ‘일 잘하는 장관’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부 지지율 상승 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2022년 12월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전주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 이유 가운데 노조 대응을 꼽은 응답이 20%로 가장 높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마아파트 GTX 통과 문제는 노조 문제와 성격도, 사안도 다르다는 시선도 나온다.

은마아파트 추진위와 주민들은 GTX 통과 반대로 안전문제를 꼽고 있다. 은마아파트가 지어진 지 44년이 넘어서고 있는 데다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2만 명 규모다.

원 장관이 은마아파트 추진위가 30만 수도권 주민의 발을 묶어두고 있다고 비판한 페이스북 글에는 원 장관의 행보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반응들도 있는 반면 소통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들도 나온다.

“TBM 공법이 만능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은마 주민을 집단이기주의로만 보지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 한 번 재고해 보는 것이 공직자로 마땅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대형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등에서 “아파트 아래에 땅을 파도 괜찮은가?”, “아파트 근처에 지하터널 공사하다 금 가고 그런 사례도 있지 않느냐”는 등 반응도 보인다.

국토부는 앞서 17일 은마아파트 추진위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반대집회에 증빙도 없이 공금 약 1억 원을 사용한 위법사항 등을 적발했다며 경찰 수사를 의뢰한다고 밝혔다.

반면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GTX 반대집회에 쓴 금액은 피켓 인쇄비 등 88만3400원이 전부고 관련 동의서 자료도 누락된 것을 이날 다시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