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최근 인수한 샤프의 대규모 인력감축과 사업재편을 계획하고 있다.

홍하이그룹은 샤프의 비주력사업을 매각하고 비용을 효율화한 뒤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홍하이그룹의 막대한 자본력과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합쳐져 세계 중소형 올레드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부담을 안겨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23일 “홍하이그룹이 샤프의 올레드사업 확대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 독주체제가 오래도록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샤프의 올레드패널은 2018년 이전에 고객사에 공급할 준비를 갖출 것”이라며 “샤프의 사업구조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궈타이밍은 이를 위해 샤프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해 비용을 효율화하며 정리해야 할 사업부문은 과감히 정리하고 주력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은 샤프를 인수한 뒤 전체의 16%인 7천 명 정도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불필요한 해외법인과 합작사 등도 대거 문을 닫는다.

궈타이밍은 “샤프는 훌륭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동안 이를 사업화할 역량이 부족했다”며 “홍하이그룹의 장점을 살려 샤프의 경쟁력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홍하이그룹이 보유한 디스플레이업체 이노룩스를 통해 디스플레이를 대량으로 양산해 공급하며 폭스콘 생산공장에서 애플 아이폰을 포함한 여러 업체의 스마트폰을 위탁생산한 경험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노룩스는 세계 디스플레이 출하량에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은 3위 업체로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폭스콘의 제품 위탁생산 물량과 고객사의 수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팬디스플레이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은 최근 투안싱치엔 이노룩스 회장을 샤프의 올레드 관련부서로 이동해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개발과 양산시기를 앞당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궈타이밍 회장이 밝힌 샤프의 올레드패널 양산목표인 2018년은 애플 아이폰의 올레드 전면탑재가 예상되는 시기인 만큼 중소형 올레드시장 진출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올레드패널시장에서 97.7%의 압도적인 출하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력과 양산능력에서도 경쟁사보다 크게 앞서있어 당분간 독주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하이그룹이 막대한 자본력을 올레드 투자에 활용하고 샤프의 기술력과 이노룩스의 대규모 양산시설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사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하이그룹은 올레드 분야에 2천억 엔 규모의 투자계획과 함께 구체적인 양산시기를 밝히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의 향후 실적에 위협을 줄지 업계는 주목한다.

전자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샤프는 애플에 아이폰 올레드패널 공급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샤프가 실제 양산가능시기를 얼마나 앞당길지가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