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in리포트] 중국 폭염과 전력난 도미노 효과, 세계 공급망에 악영향

▲ 중국 일부 도시가 가뭄과 폭염 등에 따른 전력난을 겪고 있어 중국 주요 산업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폭염과 가뭄 피해가 가장 큰 중국 중남부 도시 쓰촨성.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일부 도시에서 가뭄과 폭염 사태에 따른 전력난이 이어지고 있어 중국 주요 산업과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내 글로벌 제조기지가 밀집한 지역도 영향권에 놓이면서 글로벌 반도체와 자동차, 태양광 공급망에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 중국 전력난에 공장 가동 멈췄다, 8월 경제지표 부진 예상

23일 중은증권의 '거시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경제지표가 7월에 이어 8월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7월보다 3.8%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4.3%를 밑돌았고 소매판매도 같은 기간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폭염과 가뭄 등 기후변화 영향을 받으면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은증권은 “전력 공급 부족으로 8월 중국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도 시장 예상치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일 기준으로 중국 중남부 19개 도시에 폭염 적생경보가 내려졌고 이들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40도 안팎에 이른다.

특히 중국 중남부에 위치한 쓰촨성의 8월 최고 기온은 43도 안팎에 이르는 등 역사적 폭염사태를 보이고 있다.

쓰촨성에는 전기차와 반도체, 태양광 등 주요 산업 제조업체들이 집중돼 있는데 쓰촨성 지방정부는 민간용 전력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일부 지역의 산업용 전력공급을 25일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른 시일에 사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공장 가동 명령 중단이 재차 연장될 수도 있다.

쓰촨성은 80%에 이르는 전력 수요를 수력발전에 의지하고 있다. 수력발전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양쯔강 수위가 심각한 가뭄으로 낮아지면서 전력 공급량이 줄어든 반면 폭염으로 민간용과 산업용 전력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야외 건설현장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고정자산 투자 가운데 인프라 투자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상기온이 농업 분야에도 영향을 미쳐 곡류 등 농산물 생산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중은증권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 에너지 수급 균형이 흐트러져 겨울에 에너지 공급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도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에너지와 농작물 가격 변동이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중국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을 더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차이나in리포트] 중국 폭염과 전력난 도미노 효과, 세계 공급망에 악영향

▲ 중국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연합뉴스>

◆ 코로나19 이어 전력난에 이중고, 중국 경제에 변수 커져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 심화 등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던 기존의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계속 이상기온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초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해 도시 봉쇄 등 강력한 방역 대책을 실시하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었었다.

6월에는 중국 경제지표가 코로나19 영향을 벗어나 회복할 조짐을 보였지만 7월부터 다시 상승세가 꺾였다.

7월부터 중국 곳곳에서 가뭄과 폭염 등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산업활동에 제약을 준 만큼 8월부터 이런 영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 전력공급이 중단된 쓰촨성은 중국 태양광 제품과 반도체 웨이퍼 산업의 2대 생산기지 가운데 한 곳이다.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로 사용되는 리튬의 주요 생산지역이기도 하다.

쓰촨성은 전 세계 노트북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하는 중심 기지에 해당하고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국 기업 공장과 테슬라 등 포함 글로벌 대기업의 주요 공급업체들도 위치해 있다.

상반기에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중국 전체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줬던 상하이시도 쓰촨성의 전력난 영향권 안에 놓이고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전력난 사태가 전 세계 반도체와 자동차, 태양광 등 주요 산업 공급망에 장기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쓰촨성에 중국 핵심 산업과 관련된 공장단지가 집중돼 있는 만큼 전력을 받지 못한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면 탄탄한 수준을 유지하던 중국의 무역지표도 꺾일 수 있다.

현재 전력난으로 전력공급 규제가 실시되고 있는 지역은 안후이성, 장쑤성 등 쓰촨성의 주변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신건투증권은 “폭염과 가뭄이 중국 산업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쓰촨성의 전력 공급중단 시기가 길어지거나 공급 규모를 제한하는 지역이 늘어나게 된다면 중국 경제에 줄 수 있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이서 기자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아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여러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성장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노이서 중국 전문기자의 [차이나in리포트]는 중국 증권사들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리포트를 통해 중국 핵심 산업과 기업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의미를 파헤져 한국 및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장 참여자들이 중국의 발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