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기업이 올해 1분기에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은행에서 대출이 쉽지 않은 고객들이 2금융권으로 몰렸고 2금융권도 대출확대에 적극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금과 매입어음 등 여신잔액은 660조3216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3조5373억 원(3.7%) 증가했다.

이 통계의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부업체가 포함되지 않는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올해 1분기 여신 증가액은 1997년 4분기(24조3826억 원) 이후 18년3개월 만에 최대치다.

올해 1분기 비은행 금융기관 여신 증가속도는 대출이 많았던 지난해보다 훨씬 빠르다.

지난해 비은행 금융기관의 여신 증가액은 53조9334억 원으로 2008년(633천583억 원)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은행 금융기관 여신 증가액이 올해 들어서는 1분기에만 지난해 여신 증가액의 43.6%에 육박했다.

비은행 금융기관 가운데 종합금융회사의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종합금융회사의 여신잔액은 3월말 기준으로 11조9499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2.3%(1조3043억 원) 급증했다.

이 기간에 상호저축은행은 37조6641억 원으로 5.8%(2조803억 원), 신용협동조합은 45조3637억 원으로 4.1%(1조7817억 원) 각각 증가했다.

이밖에 상호금융사는 2.3%(4조5250억 원), 새마을금고는 2.8%(2조887억 원), 생명보험사는 0.9%(9557억 원) 각각 늘었다.

올해 1분기에 2금융권 여신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은행에서 대출하기 쉽지 않은 저소득층이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간 경기가 좋지않아 자영업자가 2금융권에서 자금을 많이 빌렸고 저신용·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계형 대출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저금리 장기화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 대출을 확대해 이자수익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2금융권 금리는 보통 은행보다 높다. 3월 저축은행의 일반대출금리 평균은 11.56%로 예금은행 대출금리(3.50%)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신용협동조합(4.66%), 새마을금고(3.95%), 상호금융사(3.96%) 역시 은행보다 대출금리가 높았다.

은행권의 여신심사 강화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한 ‘풍선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2월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이 수도권에서 실시됐고 5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