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 부사장이 올해 올레드TV시장에서 제품군(라인업) 확대를 통해 시장 입지를 강화한다.

올레드TV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경쟁자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박 본부장은 LG전자가 시장의 개척기부터 쌓아 온 탄탄한 업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레드TV시장 주도권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 본부장은 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LG전자의 2022년 TV사업 전략과 올레드TV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전부터 LG전자가 올해 세계 최대 크기인 97인치 올레드TV를 라인업에 추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전자업계에 퍼져 있었다. LG전자는 이뿐만 아니라 최소 크기인 42인치 올레드TV도 내놓는다.

발광효율이 뛰어난 차세대 올레드패널을 적용하는 브랜드 LG올레드에보(evo)는 올해 대대적으로 라인업이 개편된다. 지난해 1개 시리즈 3개 모델에서 올해 2개 시리즈 11개 모델로 제품 숫자가 3배 이상 늘어난다.

2013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올레드TV를 상용화할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올레드 디스플레이가 번인(영상을 오래 표시한 부분에 잔상이 남는 것) 현상 등 약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TV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시선이 많았다.

이제는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등 20여개 TV회사들도 라인업 최상위 제품에 올레드TV를 놓고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15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TV시장에서는 이미 올레드TV가 LCDTV보다 많이 팔린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TV시장에서 판매량 1위 회사인 삼성전자도 올레드TV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올레드(QD-OLED)패널을 활용한 퀀텀닷올레드TV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올레드(WOLED)패널을 활용한 올레드TV까지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로서는 강력한 경쟁사의 등장을 예의주시할 법한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박 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히려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박 본부장은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올레드TV시장에 진입한다는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만일 시장에 진입한다면 생태계 확대의 관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며 “경쟁사 진입에 상관없이 LG전자의 마케팅전략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올레드TV시장을 이끌어온 지 올해가 햇수로 10년째다. 시장에서 가장 오래 사업을 진행해 온 만큼 축적된 사업 노하우와 데이터도 경쟁사들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박 본부장의 자신감도 이런 LG전자의 업력에 기반을 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LG전자 이외에도 20여개 TV회사들이 올레드TV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LG전자처럼 올레드TV만의 라인업을 촘촘하게 구성하고 있지는 않다. LG전자는 이날 97인치 제품과 42인치 제품을 추가하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8가지 크기의 올레드TV 제품군을 갖추게 됐다. 차세대 올레드패널이 적용되는 올레드에보 제품군까지 고려하면 LG전자의 올레드TV 라인업은 다른 회사들과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이다.

이는 박 본부장이 LG전자의 올레드TV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세밀하게 시장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다른 TV회사들이 단순히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하겠다고 나설 때 박 본부장은 97인치 올레드TV를 앞세워 프리미엄 수요 중에서도 초대형 시청 경험을 원하는 수요를, 42인치 제품을 앞세워 보조(세컨드)TV나 게이밍TV로 프리미엄 TV를 원하는 수요를 각각 나눠 공략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박 본부장의 이번 올레드TV 라인업 확대는 TV가 필요한 모든 공간에서 고객이 LG전자 올레드TV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고객의 수요에 더욱 ‘맞춤형’인 제품들을 준비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올해 박 본부장은 TV사업 전략과 관련해 고객 수요에 보다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차별적 가치를 전달한다는 데 가장 크게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지금까지 LG는 양질의 제품을 잘 만드는 일에 노력해 왔지만 요즘 고객들은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한다”며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것도 바로 이런 ‘가치 있는 고객경험’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위해서는 고객이 느끼는 개선점(페인 포인트)을 고객보다 먼저 찾고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내놓는 방식의 사업전략이 요구된다.

LG전자는 글로벌 올레드TV시장에서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 회사다. 촘촘한 라인업 구성으로 고객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도 박 본부장만이 시도할 수 있다.

박 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LG전자는 시장과 기술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올레드TV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다른 TV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