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수주가뭄에 고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수주잔량 순위에서 4위로 밀려나기까지 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올해 수주보다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무리한 수주보다 수익성을 높여 흑자전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두달이 지나도록 한 척의 신규 수주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1~2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이 적게나마 수주 실적을 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러는 사이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조선사 수주잔량에서 일본 조선사에 뒤졌다. 삼성중공업은 2월 말 기준 수주잔량 508만1천CGT로 일본의 이마바리조선그룹(696만4천CGT)에게 큰 차이로 뒤지며 글로벌 수주잔량 3위 자리를 내줬다.
글로벌 조선업계를 이끌어 온 국내 조선3사의 빅3 체제가 무너진 것으로 업계에 충격이 컸다.
다만 단일 조선소 기준의 수주잔량으로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471만7천CGT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447만6천CGT)를 제치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수주 소식이 없고 현대중공업은 계속 수주를 할 경우 이 순위도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박대영 사장은 조급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박 사장은 18일 주주총회에서 신규 수주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진행 중인 것이 있어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두 달 넘게 수주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매출에 대비한 수주잔고는 여전히 커 아직은 문제될 수준이 아니다. 특히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등은 클락슨 리포트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수주잔고는 더 많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월 말 현재 353억 달러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9조7천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매출 대비 수주잔고는 4년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사장은 삼성중공업의 외형성장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사장은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선주사 상황 등 변수를 제외하면 반드시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예상 가능한 손실액을 이미 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흑자 낼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삼성중공업에 필요한 것은 일감 확보보다 수익성 개선이라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5천억 원을 내 사상 최대의 적자를 봤다. 부실을 대거 반영한 만큼 올해는 흑자전환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저가수주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지금까지 성장을 추구해 왔다면 이제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종호 삼성중공업 사장. |
박 사장의 이런 경영전략은 삼성그룹 차원의 해법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월 삼성전자 출신의 김종호 생산부문장 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영업력보다 생산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김 사장은 제조부문 전문가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세계 1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김 사장이 삼성중공업에서 생산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1분기에 매출 2조5천억 원을 거두고 영업이익률 2%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양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올해 영업이익 2350억 원을 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