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진영으로 점차 다가가고 있다.

안 대표는 중도실용노선을 지킨다는 기치를 내걸며 통합당과 합당 등에 선을 그어왔지만 통합당에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안 대표가 보수진영에 합류할 공간이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미래통합당은 21대 국회에서 다각도로 협력방안을 모색하며 연대의 실마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 원구성과 ‘윤미향 의원 논란’, ‘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 논란’ 등 최근 정치권 현안과 사건을 놓고 국민의당은 통합당과 보조를 맞추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각을 세우고 있다.

두 당의 의원들 사이 교류도 활발하다.

두 당은 각자 이름을 딴 공동 연구모임인 ‘국민미래포럼’을 발족해 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격주로 모이기로 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황보승희 통합당 의원이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국민미래포럼에서는 주로 정책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향후 두 당의 연대까지 염두에 두고 모임을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이전까지만 해도 안 대표가 ‘보수통합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중도실용노선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뜻을 고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통합당을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유연해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대통령선거 도전까지 바라보면서 중도실용노선을 홀로 지키기 역부족인 상황에기 때문에 보수 쪽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안 대표는 거대 양당체제로 굳어진 한국정치의 폐단을 극복하겠다는 명분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해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지만 잇따른 선거 패배를 통해 중도실용노선을 한계를 체감했다.

2017년 19대 대선후보로 출마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도 받았지만 결국 문 대통령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올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의당은 단지 3석을 얻는 데 그쳐 거대 양당인 민주당(176석)과 통합당(103석)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안 대표를 지지하는 중도층 표심이 부동표(스윙보트)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양쪽 진영으로 분산된다고 바라본다.

안 대표도 총선 이후 해단식을 진행하며 “마음 속으로 국민의당을 지지하면서도 양극단의 진영대결 때문에 거대 정당을 찍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통합당 안에서도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해야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터라 국민의당이나 통합당 모두 서로 연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체제 출범으로 안 대표의 보수진영 합류에 힘이 실릴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안 대표가 이전까지 보수 합류를 꺼린 데는 보수진영의 본진인 통합당이 보였던 보수색채 때문에 안 대표의 정치적 브랜드인 중도실용노선이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통합당의 당권을 잡은 뒤 진보 진영의 의제인 기본소득제 등을 강조하는 등 ‘좌클릭’ 행보를 하며 안 대표가 추구하는 중도실용노선과 통합당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고 있다.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이 화두로 던진 기본소득제나 전일 보육제도 등에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는 사석에서 “김 위원장의 기조가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당권을 잡으며 통합당 내 기득권을 잡았던 보수성향 정치인들의 세력이 다소 약해진 것도 안 대표가 보수진영에 안착하는 데 긍정적일 수 있는 대목이다.

안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을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도 11일 서울 동북권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언젠가 안 대표를 만나겠지”라며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고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