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쌍용차를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와 채권단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조만간 쌍용차 지원에 대한 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앤마힌드라 사장 겸 쌍용자동차 이사회 의장.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차가 정부와 채권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만큼 정부와 채권단이 ‘고육지책’으로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13일 인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투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회사와 함께 살펴보고 있으며 새 투자자가 나오면 마힌드라가 대주주로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힌드라의 이번 발언이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힌드라는 4월에도 쌍용차의 새 투자자를 찾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번에는 아예 지분 매각 가능성도 내놓으면서 철수하겠다는 의지를 한층 더 확실하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마힌드라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쌍용차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만큼 원매자를 찾는 일이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힌드라의 이번 발언이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을 노린 압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와 채권단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쌍용차 채권단이 대주주의 책임을 강조해왔지만 대주주가 백기를 들어버린 상황에서 더 이상 대주주의 고통분담을 강요하기 어렵다.
특히 정부와 채권단으로선 대주주가 쌍용차를 포기하는 마당에 정부마저 쌍용차의 일자리 문제를 완전히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채권단이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쌍용차에는 현재 5천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가족까지 더하면 1만5천여 명에 이른다. 사내 협력업체와 부품 협력사까지 더하면 64만여 명이 직간접적으로 관계돼 있다.
쌍용차가 위치한 경기도 평택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쌍용차가 평택지역 경제에서 지니는 의미와 상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며 “쌍용차가 무너지면 평택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를 놓고 “재무적 관점에서만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파급효과까지 같이 봐야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업 자체의 재무구조, 생존 가능성, 경쟁력을 볼 것인지 일자리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볼 것인지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당장 7월6일(700억 원)과 19일(200억 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빌린 대출을 갚아야 한다.
산업은행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쌍용차가 만기 연장을 신청하면 받아들여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만기 연장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지금과 같은 유동성 위기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기간산업 안정기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쌍용차의 경영난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보면 쌍용차는 지원대상이 아니다. 다만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으며 자금 지원계획을 철회했다는 점에서 쌍용차도 코로나19 사태로 직접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쌍용차를 비롯한 완성차회사를 기간산업 안정기금으로 지원할지를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과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쌍용차를 무작정 지원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이번에는 정말 지원을 받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주주가 아예 철수 가능성마저 내비친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이 쌍용차를 지원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