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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 |
폴크스바겐그룹이 사상 최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폴크스바겐그룹이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일부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진 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을 넘어 독일산 제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젤차 위주의 유럽 자동차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폴크스바겐이 이번 사태로 천문학적 배상금을 내야할 위기에 몰리면서 과거 대규모 리콜사태로 추락했던 토요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 신뢰의 독일, 산업 전반에 큰 타격
폴크스바겐 사태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각) 메르켈 총리가 독일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과거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규제 개혁에 반대했던 일에 대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겨냥한 것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은 배출가스 조작장치가 장착된 차량이 전 세계적으로 1100만 대라고 인정했다.
이 정도 규모가 가능하려면 폴크스바겐그룹 경영진뿐만 아니라 독일 정부의 묵인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독일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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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뒤스부르크-에센대 자동차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교수는 23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독일산 제품은 품질과 신뢰의 상징인데 이제 그 신뢰가 무너졌다”며 “이번 일이 독일 산업계에 미칠 해악은 계속 확대될 것이며 폴크스바겐그룹의 피해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독일 연방자동차청에 직접 “모든 것을 완전히 투명하게 밝히라”고 지시하며 수습에 나섰다.
독일 검찰도 폴크스바겐 경영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디젤차 위기, 자동차산업 판도 바뀌나
폴크스바겐 사태가 디젤엔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백금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3일 백금가격은 2009년 1월 이후 6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백금가격은 사흘 동안 5% 넘게 떨어졌다. 앞으로 디젤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이미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던 디젤차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가솔린차나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유럽 각국은 각종 세제혜택 등을 통해 디젤차 사용을 적극 권장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런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여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태가 디젤차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맥스 워버튼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번 일이 유럽에서 디젤차의 점유율을 줄이고 미국에서도 확산 속도를 막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당국이 디젤차에 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라며 “차량 검증을 더 강화되면서 디젤차가 그 기준을 맞추기 어렵게 되거나 비용이 더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원래 실험실에서 진행되던 배출가스 검증을 실제 주행환경에서 검증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배출가스 검사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의회는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배출가스 검사강화 법안에 대한 공식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 폴크스바겐그룹, 토요타 전철 밟나
폴크스바겐 주가는 사태가 발생한 뒤 이틀 동안 35%나 폭락했다. 이틀 동안 사라진 시가총액만 30조 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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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타 아키오 토요타 사장. |
소비자들의 집단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들이 피해자를 모아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소송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일로 막대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앞으로 내게 될 벌금과 대량 리콜에 따른 손실 등에 대비해 65억 유로(8조5천억 원)의 충당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부과할 벌금만 최소 180억 달러에 이르는 데다 집단소송이 이어지면서 이에 따른 배상금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폴크스바겐이 2010년 대규모 리콜사태로 추락한 일본 토요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토요타는 당시 차량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해 기업 전체가 위기에 내몰렸다. 주가가 폭락했고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토요타는 이 문제로 배상금 등을 포함해 31억 달러를 써야 했으며 그동안 내세웠던 ‘품질제일주의’라는 기업가치도 훼손됐다. 토요타가 다시 글로벌 판매 1위 자리를 탈환하기까지 3년 가까이 걸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