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창업공신’과 30~40대 젊은 전문경영인(CEO)들의 ‘신구조화’를 통해 내실 다지기에 힘쓰고 있다.

한동안 재무 건전성 위기에 빠져 흔들렸던 그룹을 정비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들을 사업부문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다.

▲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내년 창사 40돌을 앞두고 올해 초 전문경영인체제를 꾸린 데 이어 대표이사급 임원진들의 인사이동을 실시하며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초 박 회장과 여동생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박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차세대 경영자 육성에 전념하고 박성경 부회장은 이랜드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오너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난 뒤 7개월 만에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파크 등 주요 계열사의 CEO 구성에 다시 변화를 줬다.

그룹사 전체를 재정비하면서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임무를 조정하고 있다.

7월 김연배 이랜드리테일 대표이사(만 59세)가 이랜드그룹 대외협력실 총괄대표로 자리를 옮기고 석창현 이랜드리테일 사업부문 대표가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이랜드리테일은 최종양 부회장(만 57세)과 석창현(만 54세) 대표이사체제로 꾸려졌다.

올해 초 석창현 대표이사와 나란히 상품부문 대표에 올랐던 정성관 상무는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추후에 다른 계열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랜드파크도 올해 초 김현수 김완식 각자대표이사체제로 출발했지만 올해 7월부터는 김현수 대표(만 58세)가 홀로 이끌고 있다.

김완식 대표(만 35세)가 7월에 이랜드파크 외식부문으로 독립분사한 이랜드이츠 대표이사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김완식 대표는 젊은 나이에도 외식사업부문을 이끌며 성과를 낸 실력을 바탕으로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전념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이랜드월드도 김일규 부회장(만 61세)과 최운식 대표이사(만 40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종양 부회장과 김일규 부회장은 박 회장이 이랜드를 창업했을 초기부터 30여년 동안 이랜드그룹에서 일해오며 ‘창업공신’인데 나이가 젊은 30~40대 신규 CEO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최대 현안이었던 재무 건전성 위기도 급한 불은 꺼지고 있는 만큼 각 계열사들의 독립경영 성과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2016년 그룹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315%까지 치솟으면서 재무 건전성 위기를 맞아 휘청이기도 했지만 2017년부터 그룹 주요 브랜드 일부를 매각하고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등 개선작업을 진행해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기준 172%까지 낮췄다.

이와 함께 계열사간 신용공여 규모도 꾸준히 줄여가며 동반부실 위험도 낮췄다.

하지만 이랜드그룹의 각 계열사 CEO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있다.

그룹 전체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랜드크루즈와 투어몰, 와팝 등 일부 계열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으며 이랜드파크와 예지실업 등의 부채비율은 각각 400%, 4350% 수준에 이른다.

이 기업들의 청산작업이나 추가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필요한 셈이다.

무엇보다 이랜드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양치기 소년’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 역시 독립경영을 맡게 된 CEO들의 몫이다.

이랜드그룹은 그동안 이랜드리테일 상장계획을 수년째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킴스클럽 매각 번복,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 기업공개 중단, 외식부문 분리매각 번복 등 수차례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면서 평판이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박 회장이 공식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창립 40돌을 앞두고 이랜드그룹이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면 필수적으로 이런 이미지를 깨뜨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