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당분간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삼성생명을 겨냥한 규정이라 불리는 ‘집중위험’ 요소를 들여다보지 않기로 하면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보유한 채 관리기준을 웃도는 자본비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3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생명이 하반기 금융당국의 위험관리 실태조사 대상에 선정되더라도 크게 긴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집중위험’과 관련한 부분을 들여다보지 않겠다고 금융당국이 밝혔기 때문이다.

위험관리 실태조사는 금융위가 하반기부터 실시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는 일종의 행정지도 성격의 조치다.

이전보다 구체화된 자본적정성 기준이 적용되며 평가등급에 따라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이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그룹에 최소한의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집중위험을 제외하고 최소요구자본, 전이위험 등만을 고려하기로 하면서 삼성금융그룹이 당분간 마음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비율은 총자본에서 계열사 사이 중복자본을 제외한 값을 최소요구자본에 전이위험 등을 더한 값으로 나눠서 구한다. 자본비율이 높을수록 금융그룹들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자본 적정성을 산출할 때 집중위험은 감안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그룹감독법안 등과 관련해 국회에서 논의가 선행된 뒤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삼성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은 관리기준인 100%를 크게 웃돈 220.5%로 집계됐다. 집중위험이 고려되면 삼성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은 130%대로 내려앉는 것으로 추산됐다.

집중위험은 금융그룹의 위험노출액이 특정 분야에 편중돼 금융그룹의 지급여력이나 재무상태를 위태롭게 할 만큼의 위험이 있는지를 따지는 항목이다.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8% 넘게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을 사실상 겨냥했다는 시선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집중위험은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금융그룹감독법안과 관련해 여당과 야당이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해야한다면 주식시장에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하는 데다 주주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그러자 여당에서는 집중위험을 포기하고서라도 금융그룹감독법안을 일단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중위험이 결국 금융그룹감독법안에서 빠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다만 보험업법이 개정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의 보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관련 회사가 발행한 주식과 채권을 보험사 자기자본의 60% 또는 전체 자산의 3% 가운데 적은 금액만큼만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5%를 보유해 1분기 말 기준 지분가치는 장부가액으로 22조6908억 원에 육박한다.

삼성생명의 자산이 289조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8조7500억 원 이상의 주식은 보유할 수 없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보유지분 상당수를 처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보험업법 규정은 은행이나 증권 등 다른 업권과 달리 보유주식 평가를 시가가 아니라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보고 보험업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통합감독과 관련해 여야가 지속적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집중위험"이라며 "삼성생명이 당분간은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해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