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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뉴시스>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자동차 부품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자동차 부품사업을 LG전자의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겠다고 나선지 1년 만이다. 구 부회장의 야심작인 자동차 부품사업이 부진에 빠진 LG전자에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 부회장은 지난 9일 “세계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LG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LG전자의 자동차 부품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구 부회장은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동차에서 전장부품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LG의 모터와 배터리는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이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취임 때부터 준비해온 구본준의 자동차 부품사업
구 부회장의 자신감에 근거가 있다. 그동안 자동차 부품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 충분한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2010년 9월 LG전자를 맡을 때부터 자동차 관련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같은해 11월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카(Car)사업부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독립사업부로 둔 것이 시작이었다. 카 사업부는 원래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 밑에 있었다. 당시 카 사업부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구 부회장은 높은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구 부회장이 사업다각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자동차 부품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4월 LG CNS의 자회사인 V-ENS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는 V-ENS 지분 100%를 170억 원에 인수해 지난해 7월1일 합병을 완료했다.
구 부회장이 야심차게 인수한 V-ENS는 자동차 설계와 부품의 중개무역을 담당하는 회사다. V-ENS는 그동안 중국과 인도 등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약한 나라의 고객으로부터 일반 자동차와 전기차의 설계와 부품조달을 맡았다. 당시 업계는 구 부회장이 직접 자동차 부품사업을 챙겨 전기차 시장에서 본격 경쟁에 나서는 한편 장차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키우려는 생각을 품고 있다고 해석했다.
구 부회장은 V-ENS 합병 후 곧바로 VC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V-ENS와 카 사업부 등 자동차 부품과 관련된 부서들을 통합했다. VC사업본부장에 V-ENS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우종 LG전자 사장을 임명했다.
구 부회장은 조직개편과 합병을 통해 자동차 부품사업을 직접 챙기는 등 지속적 관심을 보여 왔다. 구 부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2014’에 참석해 자동차 전시장을 방문했다. 구 부회장은 VC사업본부의 주력사업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구 부회장은 “자동차의 스마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니 우리도 이에 맞춰 전장부품 분야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그룹도 구 부회장의 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월 LG전자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들이 뭉쳐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진 ‘비스타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진 LG화학과 차량용 모터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담당하는 LG이노텍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밖에도 LG하우시스는 차량용 내외장재를 맡고 LG CNS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을 담당하며 프로젝트에 힘을 싣는다.
LG그룹은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중국에서 열리는 ‘2014 베이징 모터쇼’에 참가한다.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공동 부스를 차리고 그동안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노력해온 성과를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최근 2020년까지 전기차를 500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며 “LG그룹은 각 계열사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시장을 공략할 생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아직 지켜볼 때라는 신중론도 있어
구 부회장이 공을 들여온 자동차 부품사업은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는 지난해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약 2조5천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증권업계는 올해 LG의 자동차 부품사업 매출이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와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LG그룹의 주요 고객은 GM과 현대기아차인데 구 부회장은 더 많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지난해 7월 BMW 독일 본사에서 처음으로 LG 자동차 부품 설명회를 열었다. 8월 LG본사를 방문한 포드그룹 경영진에 LG의 신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구 부회장의 발로 뛰는 경영 덕분에 최근 많은 완성차기업들이 LG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볼보 임원들이 LG본사를 방문해 자동차 부품 거래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8일 LG전자 평택공장을 찾은 혼다는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부품과 전기차용 모터 구매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혼다와 계약을 맺으면 구 부회장의 자동차 부품사업이 비로소 첫 성과를 거두게 된다.
LG전자는 올해 자동차 부품사업을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도현 LG전자 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기차 부품 설계와 개발, 생산역량을 강화하고 성장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LG전자가 올해 계획한 3조 원 규모의 시설 투자 중 일부를 자동차 부품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 추가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3100억원을 투입해 인천캠퍼스를 구축했다. 인천캠퍼스는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부품의 연구개발(R&D)을 맡은 핵심기지다. 업계 관계자는 “LG가 자동차 부품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어 5년 안에 가시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LG전자가 벌써부터 성과를 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다른 사업부문에 비해 아직 매출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또 구 부회장이 신설한 VC사업본부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LG전자의 사업보고서에 VC사업본부의 실적이 따로 표시되지 않았다. 가시적 실적을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오너인 구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의 성과를 공개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LG전자가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자동차 부품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 부회장이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시장에 뛰어들 경우 회사 전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인포테인먼트 : 최근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인간친화적인 첨단 기능들을 말한다. 운전과 길 안내 등 필요한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다양한 오락거리 기능을 뜻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통합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차량 내 배비게이션과 오디오와 비디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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