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화면 크기를 늘리고 가격을 높여 내놓은 새 스마트폰 '아이폰XS맥스'가 출시 초반부터 세계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아이폰을 럭셔리 자동차와 같은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을 통해 애플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별도의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애플 새 스마트폰 '아이폰XS' 시리즈와 팀 쿡 애플 CEO. |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7일 "애플이 아이폰을 고급 브랜드로 재편한 뒤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고가 전략에서 애플의 진정한 힘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침체된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이 새 아이폰 가격을 더 높여 내놓는 위험한 선택을 했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심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21일 미국과 일본, 중국 등 1차 출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XS맥스는 비싼 가격에도 6.5인치의 큰 화면으로 인기를 끌어 아이폰XS의 3배에 이르는 판매량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CNBC가 인용한 증권사 RBC캐피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폰의 잠재 소비자 가운데 약 25%가 현재 판매되는 아이폰 가운데 가장 비싼 아이폰XS맥스를 구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아이폰XS맥스 구매 의사를 밝힌 응답자의 68%는 256기가 또는 512기가의 고용량 모델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폰XS맥스 256기가 가격은 미국 기준 1249달러(약 139만 원), 512기가 모델은 1449달러(약 161만 원)다.
포브스는 애플이 고가 아이폰을 통해 페라리 등 유럽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와 같은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량 판매보다 고가 브랜드로 입지를 구축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애플의 이런 전략 변화는 스마트폰시장의 경쟁 판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스마트폰업체는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끝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폰과 차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액세서리와 콘텐츠, 앱 등 플랫폼을 포함한 자체 생태계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어 아이폰의 성능과 가격을 다른 스마트폰과 나란히 비교하기 쉽지 않다.
포브스는 애플이 이미 아이폰을 럭셔리카 자동차와 같은 '명품 사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격을 책정할 때 생산 원가나 다른 스마트폰의 가격과 상관없이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만 고려하면 되는 단계에 올라섰다고 파악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의 성능과 가격을 따져 구매하는 대부분의 소비자와 다른 성향을 보이는 별도의 수요층을 고가 아이폰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미국의 한 토크쇼에서 "아무리 높은 가격이라도 고가 아이폰의 가치를 인식할 소비자들은 항상 존재할 것"이라고 말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아이폰 고가모델의 판매는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층을 애플 생태계에 가두는 효과도 있다.
아이폰에 높은 가격을 지불한 소비자들은 다른 스마트폰으로 교체를 미루고 고성능 게임과 동영상 등 콘텐츠,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액세서리를 애플에서 추가로 구매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애플 아이폰은 성능과 내구성, 혁신 측면에서 다른 스마트폰에 크게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하지만 다른 스마트폰업체가 아이폰 사용자를 끌어당길 가능성은 이제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