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태양광사업을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태양광사업에 9조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규모 투자에 앞서 흩어져 있던 태양광사업을 한데 모아 사업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시너지를 높이는 한편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케미칼, 한화그룹 태양광사업 단일화해 '의사결정 속도' 갖춘다

▲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을 중심으로 그동안 여러 곳에서 진행돼 복잡했던 태양광사업의 구조를 단순화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은 그동안 한화큐셀코리아와 한화큐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화그룹은 11일 한화첨단소재가 한화큐셀코리아를 흡수합병했다고 밝혔다. 올해 말에는 한화솔라홀딩스와 한화큐셀이 합병하기로 했다.

한화큐셀코리아는 한화종합화학(50.15%)과 한화(20.44%), 한화케미칼(19.4%), 에이치솔루션(9.97%)의 자회사 및 관계회사였는데 이제 지배구조가 한화케미칼 단일 주주로 단순화된다. 한화첨단소재는 기존에도 한화케미칼이 100% 지배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한화케미칼->한화솔라홀딩스->Hanhwa Q Cells->한화큐셀’로 이어지는 긴 지배구조의 최하단에 있었는데 올해 안에 한화솔라홀딩스가 Hanhwa Q Cells과 한화큐셀을 흡수합병함에 따라 이들 모두 한화케미칼 안으로 편입된다. 흡수합병법인의 이름은 한화큐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한화케미칼은 한화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태양광 다운스트림 이전 단계의 사업들을 모두 관리하게 됐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은 기존에 화학 원료사업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태양광 관련 회사들의 합병을 통해 태양광사업을 화학사업과 견주는 양대 축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태양광사업을 한화케미칼로 한 데 모으는 이유는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들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급변하는 태양광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한화큐셀코리아 처지에서 본다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그동안은 각각 사업 영역이 다른 4개 주주에 보고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한화케미칼에게만 동의를 구하면 된다.

한화큐셀 처지에서 살펴봐도 대규모 투자 등이 필요할 때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던 한화케미칼과 소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앞으로는 의견 조율과 의사 결정에 드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 태양광 회사들은 그동안 분산된 지분구조로 태양광 관련 의사결정이 복잡했으나 이번 결정을 통해 앞으로 태양광사업들의 전략 실행은 더욱 단순하고 신속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번 지분 정리를 통해 태양광사업들을 긴밀하게 엮으면서 시너지를 높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화첨단소재는 자동차소재를 주로 만드는 회사로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태양광 모듈에 들어가는 EVA 시트도 생산하고 있는데 한화큐셀코리아와 합병을 계기로 태양광 소재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화첨단소재 관계자는 “그동안 자동차산업의 부침에 따라 사업에 변동성이 컸는데 이번 지분 정리를 계기로 태양광 소재사업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며 “한화큐셀코리아와 제품 구상부터 함께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력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이고 다른 태양광 신소재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첨단소재가 보유한 넓은 해외 네트워크망은 한화큐셀코리아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첨단소재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공장이 들어서 있는 미국, 멕시코, 체코, 독일 등 해외 여러 곳에 법인과 생산공장을 세우면서 그동안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한화큐셀코리아는 당장 미국 현지에 1650억 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화첨단소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련의 절차들을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한화큐셀코리아 관계자는 “한화첨단소재가 보유하고 있는 관공서나 지역사회 네트워크 등을 무시할 수 없다”며 “같은 제조업체인 만큼 해외에서 공장을 짓거나 운영하는 시스템이 비슷한 만큼 한화첨단소재의 운영 노하우가 공유된다면 한화큐셀코리아는 많은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