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특허소송 항소심에서 치열한 공방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삼성전자와 애플이 1차 특허소송의 항소심 첫날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1조 원이 넘는 배상금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지적재산권의 침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1차 특허소송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4일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서 열렸다.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이날 공판에서 1심 판결을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파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5월 캘리포니아북부연방지방법원 세너제이지원에서 열린 1심에서 애플에 9억3천만 달러(약 1조343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당시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23종의 제품이 애플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케트린 설리반 삼성전자의 변호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애플의 로고나 아이폰의 홈 버튼을 달지 않았고 스피커 위치도 다르다”며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과 외형 특허를 침해했다는 1심 판결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리반 변호사는 “애플의 주장은 마치 자동차 컵홀더 디자인을 모방한 것을 문제 삼으며 자동차 판매수익 전체를 달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애플은 터무니없게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으로 거둔 수익 전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윌리엄 리 애플 변호사는 “이번 문제는 컵홀더 디자인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삼성전자는 지금 항소심 판사들에게 1심 재판부와 배심원들을 대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 변호사는 “삼성전자는 2년 동안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서둘러 아이폰과 똑같은 제품을 출시했다”며 “1심의 9억3천만 달러 배상 판결은 옳은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3명의 항소심 판사들은 이날 삼성전자와 애플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또 언제 선고 판결을 내릴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번 항소심에서 배상금이 줄어들 경우 상황이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바뀔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무리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고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 내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애플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점쳐진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이폰을 모방한 덕분에 스마트폰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구체적 공판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다. 또 철저히 법 적용의 적합성만 보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추가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고 있는 소송은 두 개 뿐이다. 두 회사는 지난 8월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1, 2차 소송을 제외한 모든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CEO가 7월 미국 선밸리에서 회동한 뒤 발표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소송은 1차 소송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북부연방지방법원 세너제이지원 배심원단은 2차 소송에 대해 지난 5월 ‘쌍방 일부 승소’ 평결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1억2천만 달러를, 애플은 삼성전자에 16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

세너제이지원은 지난달 1심 배심원 평결을 그대로 인용해 확정판결을 내렸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1심 판결에 항소했기 때문에 2차 소송에 대한 항소심도 곧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