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 가운데 대표주자이지만 부회장이 없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의존도를 낮추고 그룹 내 중요도가 부각되면서 경영체제에도 변화가 생겨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21일 현대차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 부회장은 모두 9명이다. 계열사별로 △현대차 정의선 윤여철 양웅철 김용환 권문식 부회장 등 5명 △기아차 이형근 부회장 △현대제철 우유철 부회장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현대파워텍 김해진 부회장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에는 왜 부회장이 없을까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5월1일 기준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자산 순위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에 이어 4위, 매출순위는 현대차 기아차에 이어 3위다. 

현대모비스는 특히 현대위아 현대파워텍 현대다이모스 등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 가운데 자산이나 매출이 가장 많아 맏형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변속기를 생산판매하는 현대파워텍에 김해진 부회장이 있지만 현대모비스 최고경영자는 임영득 사장이다. 

이정대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이 2012년 초 열흘 만에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현대모비스에서 사장 경영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이정대 전 부회장 이전에 정석수 김동진 전 부회장과 박정인 전 회장 등 부회장 이상급 임원들이 현대모비스를 이끌었다. 

물론 임영득 사장과 함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모비스 각자대표를 맡고 있어 사실상 현대모비스 경영이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 영향력 아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몽구 회장은 2000년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이후 재선임을 반복하며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부회장 직함이 사라진 시기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를 맡기 시작한 시기가 맞물리면서 정의선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현대모비스에서 부회장 자리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에서 기획실, IT담당을 맡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사업구조 상 완성차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는 2016년 연간 매출의 47.8%를 내부거래로 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현대차와 기아차에 모듈을 납품해서 낸 매출이었다. 

전문가들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와 기아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외부와 거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래차 시대에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경영체제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에서 신기술을 이끄는 중심 계열사로 바뀌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거의 모든 핵심모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현대모비스가 친환경차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부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적 계열사로 떠오르면서 현대모비스 경영체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내세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높일 것이란 관측도 자주 나왔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정공을 경영하며 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인정을 받아 현대차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현대정공 출신을 중용했고 현대모비스에도 애정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정공 출신이 잘나간다는 말은 옛말이라는 말이 현대모비스 안팎에서 나온다. 임영득 사장과 전임자인 정명철 전 사장은 모두 현대차 출신이다. 현재 현대모비스 부사장들도 대부분 현대차와 기아차 출신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부품 경쟁력을 키우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며 “현대정공 출신이 중용된 것도 오래 전의 일이며 내부 출신이 아닌 경영자들이 현대모비스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