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분야에서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의 주도권이 강화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전문기업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사업에 역량을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6일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사업구조에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시스템반도체기업이 ‘갑’, 메모리반도체기업이 ‘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반도체시장에서는 시스템반도체기업과 메모리기업이 모두 PC와 서버, 스마트폰 등 완제품 제조사에 직접 반도체를 공급하며 대부분의 실적을 올려 비슷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반도체는 대부분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합친 모듈 또는 솔루션 형태로 판매되는 형태가 많다.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이 메모리를 공급받아 탑재한 뒤 완제품업체에 판매하는 사업구조가 자리잡으며 시장의 주도권이 점점 시스템반도체기업에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 연구원은 “앞으로 반도체시장에서는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가장 유리해질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만 생산하는 기업들은 지금보다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런 변화에 대응해 메모리에 의존하는 현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시스템반도체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를 모두 개발해 생산하지만 시스템반도체 설계능력에서 아직 글로벌 경쟁업체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시스템반도체 매출비중은 2% 정도로 미미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부서와 위탁생산부서를 별도사업부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SK하이닉스는 위탁생산사업을 자회사로 분사해 본격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도 연구원은 “사물인터넷과 머신러닝 반도체 수요증가로 위탁생산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글로벌 위탁생산업체들의 투자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위탁생산사업에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시장성장에 수혜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탁생산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메모리반도체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는 효과도 예상된다.

도 연구원은 “PC와 스마트폰 등 기존 메모리반도체 주요시장의 성장전망은 밝지 않다”며 “시스템반도체 생산능력과 메모리 공급능력을 모두 갖춘다면 최적의 사업구조를 갖춰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