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벵상 까레 르노자동차 전기자동차 영업마케팅 총괄대표가 강연하고 있다.<뉴시스>

제주도가 전 세계 전기차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전기차에서 내로라하는 자동차기업들이 제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 3월 제주도에서 ‘제1회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제주도가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도움을 받아 7일 동안 진행했다. 세계에서 처음 개최된 전기차 전시회였다.

기아차, 프랑스의 르노와 미아일렉트릭(MIA), 일본의 닛산, 독일의 BMW, 미국의 GM 등 6개 전기차 제조회사가 엑스포에 참여했다.

벵상 까레(Vincent Carre) 르노자동차 전기자동차 영업마케팅 총괄대표는 기조강연자로 나와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는 하이브리드자동차보다 10배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제주는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완벽한 전기차 시험장”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 총 면적은 남한 면적의 1.8%에 불과하다. 인구는 60만 명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좁은 제주도가 어떻게 “전기차의 가장 완벽한 시험장”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을까?

◆ 세계 최고수준의 전기차 지원

벵상 까레 대표는 한국정부가 전기차 지원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특히 제주도는 2012년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를 계기로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전기차 도입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지리적 특성상 전기차의 한계인 거리문제가 해결돼 전기차 사용에 최적화된 곳이기도 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현재 도내 약 37만대의 자동차 전부를 2030년까지 전기자동차로 대체할 것”이라며 “전기차 제조기업들이 제주도에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조례도 바꿔줄 용의가 있으니 테슬라든 BMW든 다 환영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전기차 구입자에게 보조금 2300만원(국비 1500만 원, 지방비 8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가정에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비용 700만 원까지 추가하면 총 지원금은 3천만 원이나 된다.

현재 시판되는 6종의 전기자동차 가운데 기아차 ‘레이’가 가장 저렴한데 보조금 지원을 받으면 1200만 원에 레이를 구매할 수 있다. 가장 비싼 BMW의 'i3'은 4300만 원에 살 수 있다.

전기차 구매자 모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청을 받는데 지난해 160명 모집에 경쟁률이 3대 1이었다. 올해 3월 135명을 모집했는데 1660명이 신청서를 제출해 경쟁률이 12대 1을 넘었다. 지난 8월 세번째 지원 경쟁률은 10.5대 1이었다.

▲ (왼쪽부터)빌 맥앤드류 BMW그룹 부사장,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 우근민 제주도지사, 김대환 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 사장이 전기차 충전기 기증 협약식을 갖고 있다.

◆ 제주도에 공들이는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들


BMW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전기차 충전기 30대를 제주도에 기증했다. 기증된 충전기는 제주지역 내 아파트, 리조트, 음식점 등에 설치됐는데 순수 민간시설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BMW의 최초 전기차 i3가 국내에 출시되기 4개월 전이었으나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일찍부터 손을 쓴 것이다. 빌 맥앤드류 BMW그룹 부사장은 직접 제주도를 방문해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 등과 만나 충전기 기증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그동안 환경부 등 정부가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 BMW가 마중물을 붓는 심정으로 투자에 나서게 됐다”며 “향후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민간기업 및 단체 등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는 4월 i3를 내놓으면서 독일보다 300만 원 가격을 낮췄다. 김 사장은 “한국은 BMW에게 전략적 시장이기도 하고 전기차시장이 아직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가격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3달 뒤 BMW코리아는 포스코ICT, 이마트와 협약을 맺고 수도권과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BMW코리아는 충전기를, 이마트는 공간을 제공하고 포스코ICT가 설치와 운영을 맡기로 했다. 그 첫 결과물이 25일 오픈한 경기도 용인시 이마트 죽전점 전기차 충전소다.

SK네트웍스의 스피드메이트는 7월부터 국내 최초로 제주도에서 전기차 렌터카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아자동차 레이EV와 쏘울EV를 각각 10대씩 운영하는 작은 규모지만 고객 호응도가 높아 인프라 지원 상황 등을 고려해 차량 추가도 검토할 예정이다.

SK네트웍스 역시 전기차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주하얏트호텔 등 숙박지와 성산일출봉 등 관광명소에 90여대의 충전기를 설치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새로운 경험을 원하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이용하려 전기차를 선택했던 고객들이 이후 제주도를 재방문할 때 다시 전기차를 렌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도우미들이 기아자동차 '쏘울EV'에 충전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 2030년까지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뀔까

제주도의 전기차 충전기는 총 532기로 전국 충전기의 25%를 차지한다. 제주도는 3.47km마다 1개의 충전 시설을 갖춘 셈이다. 국내 최고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다. 충전기는 올해 말까지 총 984기로 늘어난다.

전기차 충전방식은 크게 3가지 형태가 있다. 배터리를 100% 충전하려면 저속충전은 8~12시간, 완속충전은 4~8시간, 급속충전은 30분이 걸린다. 따라서 집 근처에 충전기가 필요하다.

단독주택 거주자는 충전기 설치가 쉽지만 아파트와 공동주택 거주자는 충전공간이 가능한 주차장을 확보한 후 다른 거주자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다.

강연대 르노삼성차 제주지점장은 “지난 3월 526명이 전기차 구매를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대다수가 개인주택 거주자였다”며 “충전기를 포함한 전용주차장을 마련하려면 아파트 주민 동의서를 받아야하는데 주민이 반대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조금도 문제다. 현재 일부 구매자에게 지원하는 2300만 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당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에 부담금을 물려 그 돈으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하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별도의 국가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자생적으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으로 예정됐던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시기를 2020년으로 연기했다. 대신 전기차 구매 때 국가예산에서 지원하는 현 제도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몇 년 동안 전기차의 높은 가격이 유지될 전망이므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매년 달라지는 국가예산은 언제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책은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시행하는 것인데 6년이나 연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