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CXMT가 4F&sup2; D램 기술로 상위 경쟁사를 추격하는 반면 미국 마이크론은 미세공정 기술과 3D D램에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개발 전략도 갈림길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챗GPT>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CXMT가 차세대 D램 기술인 ‘4F&sup2;’를 앞세워 글로벌 상위 기업을 추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이와 관련해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마이크론과 CXMT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발전 경로가 엇갈리면서 미국과 중국 경쟁사를 모두 상대해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

◆ 마이크론 ‘4F&sup2; D램’ 개발에 부정적, 중국 CXMT와 전략 엇갈려

미국 마이크론은 21일(현지시각) 온라인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D램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낸드플래시 등 주력 제품의 기술 발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현재 생산하고 있는 D램 미세공정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경쟁력을 확보한 뒤 장기적으로 3차원(3D) D램으로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콧 드보어 마이크론 최고 기술 및 제품 책임자(CTPO)는 차세대 D램 기술인 4F&sup2;가 아닌 미세공정 기술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4F&sup2;는 D램의 반도체 기본 구성 요소인 셀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여 현재 주로 쓰이는 6F&sup2; 기반 제품보다 집적도와 성능,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CXMT가 10일 중국 반도체 기술 콘퍼런스에서 4F&sup2; 기반의 D램을 연내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의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4F&sup2;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CXMT와 달리 생산 및 출시 시점을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드보어 CTPO는 마이크론이 4F&sup2; D램을 최초로 개발해 20년 동안 연구개발을 지속해 왔지만 제조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상용화할 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D램의 반도체 회로 간격을 줄이는 미세공정 기술을 발전시켜 집적도를 높이는 방식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드보어 CTPO는 “4F&sup2;가 실제로 장점을 갖출 것이라는 판단은 허상에 가깝다”며 CXMT와 해당 기술 분야에서 경쟁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CXMT는 미국 정부의 기술 규제로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수입할 수 없다. 이에 따라 4F&sup2;를 대안으로 삼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SK하이닉스의 서버용 D램 전시용 제품. <연합뉴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래 기술 전략도 ‘선택의 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4F&sup2; D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뉴시스 보도를 보면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4F&sup2; 관련 기술 개발을 “열심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2025년 국제 반도체 학회에서 4F&sup2; D램 기술 발전 성과를 발표하는 등 이를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기술로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IT전문지 WCCF테크에 따르면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F&sup2; D램의 높은 원가와 낮은 수율 등 문제로 양산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CXMT가 4F&sup2; D램 생산을 서두르는 것은 미국의 기술 규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어 반드시 시장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CXMT가 2028년 이전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앞선 4F&sup2; D램 기술을 확보하고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면 경쟁사들에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CXMT가 자세한 기술 사양이나 경제성 등을 발표하지 않은 만큼 이러한 시나리오를 예측할 만한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결국 마이크론이 4F&sup2; D램 상용화 계획에 선을 그으며 중국 경쟁사와 맞대결을 피하기로 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

마이크론이 판단한 대로 D램 미세공정을 발전시키는 일이 4F&sup2; 기술 개발보다 유리하다면 해당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일이 경쟁력 강화에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삼성전자>

◆ 마이크론이 기술 경쟁 기준점 높인다, 한국 반도체에 부담 가중

이번 사업 발표회에서 마이크론은 현재 생산하고 있는 1감마(1&gamma;) 미세공정에 이어 1델타(1&delta;), 1엡실론(1&epsilon;), 1제타(1&zeta;), 1에타(1&eta;) 등으로 꾸준히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셀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아 집적도를 더욱 높이는 3차원 D램을 중심으로 기술을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경쟁사의 추격뿐 아니라 마이크론과 차세대 D램 기술 경쟁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한국 기업들이 4F&sup2; D램과 미세공정, 3차원 기술을 모두 확보한다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겠지만 그만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자원도 늘어나야 한다.

SK하이닉스는 28일, 삼성전자는 29일 각각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중장기 D램 기술 개발 계획이 일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론은 D램 이외에 수직형 HBM 구조를 통한 고대역폭 메모리 경쟁력 강화, 400단 이상의 적층 구조를 갖춘 차세대 낸드플래시 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플래시, HBM 시장에서 모두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