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상표권, 확약서 문제 등을 들며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을 놓고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조건부 컨소시엄을 허용했지만 박 회장은 산업은행을 상대로 공세를 펴고 있어 박 회장이 인수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에 따르면 박 회장과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기한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3월20일에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주식매매계약서를 받은 만큼 19일까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반면 박 회장은 산업은행이 확정된 매매조건을 통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19일까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여부를 통보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박 회장은 ‘금호’ 상표권, 금호타이어 대출계약 조건, 확약서 문제 등을 지적하며 매매조건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금호산업이 금호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지만 산업은행과 더블스타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에는 금호 상표권 사용의 대가, 기간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 또 주식매매계약서 상에는 금호타이어의 기존 대출조건 등도 확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에 송부한 우선매수권 관련 확약서 또는 계약서를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 확약서를 줄 의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은 법적근거도 없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박 회장이 3월19일까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통보하지 않으면 예정된 절차에 따라 금호타이어를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제시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기한 전후로 박 회장이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이 조건부로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허락했지만 박 회장이 매각절차의 하자를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법적소송에 앞서 산업은행의 매각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며 법적대응의 명분과 근거를 쌓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박 회장이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제출하면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절차는 지난해 11월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올해 1월에 본입찰을 거쳐 현재까지 5개월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금호타이어를 되찾겠다는 보였고 2월 들어서는 인수자금을 마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회장이 본입찰 이후부터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박 회장에게 3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박 회장이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제출하면 컨소시엄을 허용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소송전을 예고하는 것은 실상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데 고전하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되찾기가 난항에 빠진 셈”이라며 “박 회장이 구체적인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박 회장이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채권단 지분 42.01% 인수가격으로 9549억8100만 원을 제시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4천억 원 상당을 더 내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