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경기방어주가 주목받고 있다.

AI산업의 성장 기대감에 집중됐던 시장의 관심이 안정적 이익 창출과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꾸준히 배당을 이어갈 수 있는 기업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 최근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흔들리면서 SK텔레콤, KT&G, 우리금융지주 등 경기방어주가 주목받고 있다. < SK, KT&G, 우리금융지주>


증권가에서는 통신업종의 SK텔레콤, 담배업종의 KT&G, 금융업종의 우리금융지주를 주목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미국 중간선거 후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코스피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 동안 10.98% 하락했고 코스닥도 9.89% 내렸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성장 기대감을 바탕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AI 관련주에 매도 압력이 집중됐다.

다만 통신과 소비재, 금융 등 경기방어주로 평가되는 업종지수는 증시 급락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단단한 흐름을 보였다.

5일과 6일 KRX반도체지수가 19.05% 급락한 반면 KRX방송통신지수는 4.82%, KRX경기소비재지수는 1.54%, KRX은행지수는 1.39%, KRX필수소비재지수는 0.77% 각각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경기방어주와 고배당 금융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 가운데서도 SK텔레콤은 안정적 통신사업과 신사업 성장 가능성, KT&G는 해외 담배사업 성장과 주주환원 확대, 우리금융지주는 은행 중심의 안정적 이익구조와 높은 예상 배당수익률이 투자 매력으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안정적 통신사업을 기반으로 한 배당 매력에 상장 앞둔 AI스타트업 앤트로픽 지분가치와 데이터센터 성장 기대감이 강점으로 꼽힌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을 통신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앤트로픽 지분가치와 데이터센터 사업의 가치가 충분히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2027년도엔 비과세 배당 실시 예정이라 세후 수익률 측면에서 메리트가 커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SK텔레콤은 올해 1~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1조6559억 원을 거뒀다. 김 연구원은 연간 연결 영업이익이 2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며 실적 회복이 2027년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자금조달 부담에 따른 주가 하락은 오히려 매수 기회로 평가됐다.

SK텔레콤은 7월 설립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개발 담당 자회사 SK하이퍼에 2030년까지 총 7500억 원을 출자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 3300억 원을 먼저 투입하고 나머지 4200억 원은 사업 진행에 따라 순차적으로 출자하는 방식이다.

김 연구원은 "주가 10만 원 이하에서는 적극 매수에 임할 필요가 있으며 2027년 목표주가인 14만 원 재돌파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이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면 주당배당금(DPS) 증가도 기대된다"고 했다.

KT&G는 최근 발표한 국내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배당주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강한 주주환원 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확인한 점이 투자 매력도를 높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KT&G는 2027~2030년 총 5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 2023~2026년보다 25% 증가한 규모다. 올해 주당배당금은 지난해보다 2천 원 늘어난 8천 원으로 높이고 2030년까지 배당성향을 75%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외 담배사업 성장에 따른 이익 확대가 주주환원 재원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NH투자증권은 올해 KT&G 해외 담배사업 매출이 2조6092억 원으로 작년보다 19.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담배사업 매출 증가율(0.7%)을 웃도는 것이다.

KT&G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은 6조9138억 원, 영업이익은 1조4998억 원으로 전망됐다. 지난해보다 각각 5.1%, 11.6% 증가하는 것이다.

주 연구원은 “실적 성장과 배당성향 확대가 주당배당금의 지속적인 증가로 이어지면서 배당주로서 투자 매력이 유지될 것”이라며 KT&G 목표주가를 기존 23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높여잡았다.

▲ 금융주 가운데서는 은행 중심의 이익구조를 갖춘 우리금융지주의 실적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주 가운데서는 은행 중심의 이익구조를 갖춘 우리금융지주의 실적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다.

설용진 iM증권 연구원은 5일 보고서에서 "2027년에는 증권 자회사의 기저효과로 주요 금융지주 실적이 전반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며 "여신전문금융 자회사도 조달비용 상승과 취약차주 대손 부담 확대로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금융지주는 그룹 이익의 약 90%를 은행에서 창출한다. 상반기 증시 활황으로 증권 계열사의 실적이 성장하던 때에는 비은행 부문의 낮은 이익 기여도가 아쉬운 요인이었지만 증권업 실적 둔화가 예상되는 국면에서는 이익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설 연구원은 “대형 금융지주 중 가장 배당 측면의 매력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자본잉여금 추가 감액 여력이 남아 있어 중장기적으로 비과세 배당을 활용한 기업가치 제고 여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들 종목은 최근 코스피가 10% 이상 급락한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최근 2거래일 동안 우리금융지주는 3.46%, SK텔레콤은 0.39% 상승했으며 KT&G도 1.09% 하락하는 데 그쳤다. 김민정 기자